제조기준 및 검사기준 강화하고 품질 고급화가 살길

 

과당경쟁으로 품질 저하
전기레인지가 시장 넘봐
주방환경 개선이 최우선

 

[가스신문=박귀철 기자] 일반 소규모 한식당을 비롯해 대규모 한식당, 중화식당, 일식당 등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오랫동안 음식의 맛을 좌우해오던 업무용 대형연소기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업계는 품질경쟁보다 무조건 저가의 품질 낮은 제품만을 생산, 공급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용 대형연소기 시장을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다. 바로 전기식 레인지가 가스연소기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업무용 대형연소기 시장의 살길은 무엇인지 업계의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했다. 

 

▲ 업무용 대형연소기 시장이 발전하려면 일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효율이 높게 고급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일반형 연소기로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

 

업무용 대형연소기란

업무용 대형연소기란 연소기의 전가스소비량이 232.6kw(20만kcal/h)이하이고, 가스사용압력이 30kPa 이하인 튀김기, 국솥, 그리들, 부로일러, 소독조, 다단식취반기 등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대형연소기를 말한다. 또한 연소기의 전가스소비량 또는 버너 1개의 가스소비량이 아래의 표에 해당하고 가스사용압력이 30kPa 이하인 레인지, 오븐, 그릴, 오븐레인지 또는 밥솥을 말한다.

 

업무용 대형연소기 시장현황

현재 업무용 대형연소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수도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177개사가 등록되어 있다. 몇몇 업체를 제외한 상당수가 소규모 사업장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 중 일부는 주물연소기를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 생산해 검사를 거쳐 출시하고 있다. 품질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선이다 보니 외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과당경쟁을 거듭해 오던 업계는 2000년 전후를 시작으로 송풍기 부착형 연소기를 개발, 중화식당 등에 보급함으로써 나름대로 인기를 얻었다. 송풍기 부착형은 곧 한식당에도 보급되기 시작해 수요를 넓혀 갔다. 하지만 일반형 연소기는 무조건 저가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어 품질은 뒷걸음질 해왔다.

 

전기식 연소기의 출현

업무용 대형연소기시장은 특별한 기술이 요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단점이라는 지적이다.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다보니 주방에서는 환기부족과 맞물려 일산화탄소로 인한 불편함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간택기 연소기 등의 전기레인지가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 군부대에서도 전기 인덕션 국솥이나 전기밥솥을 구매하기도 한다.

업계는 이러한 전기식 연소기가 머잖아 가스연소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전기식 연소기는 무엇보다 주방의 환경개선에서 큰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일부 업체들은 낮은 레인지의 모듈을 중국에서 40∼50만원에 가져와 국내에서 외부 케이스를 조립해 시중에 약 1천만원대 가까이 높은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가스연소기 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문제다.  

 

▲ 연소기 업체에서 서울 시내 음식점 주방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318ppm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현재 업무용 대형연소기의 설계단계검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각 지역본부 또는 지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시험설비는 각 제조사의 설비를 이용하고 있어 신뢰성이나 형평성 등에서 일률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각 검사원들의 검사기준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연소기의 옆판이 얇아지거나 버너 무게가 가벼워지고 수명도 짧아진다. 검사를 통과한 제품도 주방에서 사용하면 곧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선다. 그렇다고 제조사 및 가스공급사 또는 검사기관에서 연소기를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주방 조리사를 비롯한 종사자들은 알게 모르게 고통 받고 있다. 

몇몇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나름대로 특허를 등록하더라도 국내 실정상 특허를 보호받을 수 없다보니 금방 비슷한 제품이 나오고 가격이 떨어지니 특허자체가 무의미하다.   

 

향후 과제

설계단계검사는 무조건 본사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미래를 걱정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최초 제품을 개발해 설계단계검사를 받고 5년 주기로 다시 설계단계검사를 받기 때문에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큰 불편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 본사에 다양한 시험설비를 갖추고 동일한 조건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제조기준을 더욱 강화해서 품질을 높여야만 업무용 대형연소기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조기준을 아예 KS기준에 맞춘다면 품질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대외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업무용 대형연소기시장이 살아남는 길은 품질 고급화가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지금도 늦지 않은 만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다행이 몇몇 업체들은 일산화탄소 배출 및 소음이 적으면서 열효율이 높은 메탈화이버버너를 적용한 가스국솥이나 면 레인지 등을 출시함으로써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나 LPG공급사와의 협업도 제품 개발을 위한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아파트 수백세대에 공급하는 취사용 가스판매량보다 중화식당 한 곳에 공급하는 가스판매량이 많다는 말이 있듯이 가스공급사들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즉 가스공급사들은 업무용 대형연소기사가 새로운 가스연소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경우 곧 가스판매량 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밖에 연소기분야에 전문 기술자가 없다. 연소의 중요성에 비해 가스기술사나 박사가 없다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업무용 대형연소기업계에도 고급 기술자를 영입하거나 양성한다면 시장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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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탈 화이버 버너 적용한 연소기 생산업체

(주)에너텍(대표 정찬수)는 설립 초부터 세계 최초로 메탈 화이버를 장착한 고효율 가스버너(제품명:블레이즈)를 독자 개발, 보급하고 있다. 가스와 공기를 1:1로 혼합하는 예혼합 방식으로 완전연소를 실현했다. 결국 CO 및 NOx를 최소화했다.

특히 이 회사는 독자적인 기술연구소를 통해 전자식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등 가스안전을 위한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고급형 무소음 메탈화이버 버너는 가스절약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주)에프에스가스에너지연구소(대표 송금석)는 자사의 업무용 대형연소기에 메탈화이버 버너를 적용해 출시하고 있다. 이 제품은 화염의 온도가 최대 1600℃로 약 30∼40%의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메탈화이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버너의 크기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노후 버너는 교체가 용이하도록 나사식으로 만들었다. 이 회사의 제품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설계단계검사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0.00%(0.00PPM)을 기록할 정도로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었다.

(주)초록컴퍼니(대표 구지원)는 올해 강제 예혼합방식의 메탈화이버 버너를 적용한 면 레인지를 개발, 보급중이다. 메탈화이버 버너를 통해 완전연소를 실현해 유해가스 발생량을 약 75% 낮췄다. 고화력으로 조리시간도 기존 제품 대비 약 20∼40% 단축할 수 있고 연소기의 불꽃 길이가 짧아 외부로 열손실이 없고 주방안의 체감온도를 약 4∼5도 낮추어 주방의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 LNG용 면 레인지에 이어 지난 4월초부터는 메탈화이버 버너를 적용한 LPG용 면 레인지도 출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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