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슈는 ‘안보’와 ‘미세먼지’이다. 보수도 진보도 ‘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았고, 계절적으로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점이 장미대선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에너지는 안보를 대변한다. 국방예산에서 에너지 지출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형편, 즉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핀란드는 에너지전략을 국방부에서 마련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핀란드 국방부 전략연구소 에너지 전문가들이 극지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러시아 북극 에너지”였다. 과연 러시아가 보유하는 북극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는 매장량이 충분한가?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는가? 핀란드는 러시아와 노르웨이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고, EU 회원국으로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EU 정책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러시아 북극에너지를 그림의 떡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중점 수입원으로 간주해야 할 것인지의 결정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현재 북극이사회 의장국이다. 핀란드 다음은 아이슬란드, 또 그 다음이 바로 러시아이다. 지난 3월 국제북극포럼에서 푸틴은 러시아의 북극 리더십을 과시했다. 즉, 푸틴은 북극에너지를 안보와 연계하여 러시아가 북극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더불어 주목을 끈 행사는 바로 러-중 비밀회담이었다. 9명을 파견한 우리정부와는 달리 중국정부는 민간기업을 포함하여 100명을 파견하였다.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바와는 달리 아주 긴밀한 비즈니스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중국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그간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했다. 구태의연한 방식과 잘못된 채널을 통해 에너지외교를 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와중에 5월 22일 송영길 러시아특사가 푸틴을 만나러 출국했다. J노믹스의 핵은 ‘사람중심의 경제성장’이다. J노믹스의 성패는 외교채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의 주요국 특사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대통령이 푸틴과 나눈 전화통화에서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기치로 ‘북핵문제 해결’과 ‘북극항로 공동개척과 에너지협력’을 강조했다.

한-러 경협 차원의 에너지협력은 천연가스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천연가스는 민생과 관련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에 필수적이다. 천연가스로의 전환, 즉 에너지믹스의 변화 없이 미세먼지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후안보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천연가스 수요확대를 주장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천연가스 시장은 구매자시장과 판매자시장을 스윙(swing: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시장이다. 그리고 아무리 현재 구매자의 힘이 커졌다 하더라도 천연가스를 ‘라면’과 같이 아무 편의점에서나 살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즉, 천연가스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외교안보전략과 맞물려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굴러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급성장하는 알짜배기 아시아시장을 향해 마치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진짜엄마, 가짜엄마처럼 다양한 전술을 펼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정권이 약속한 미국 LNG도입을 통상압력과 함께 우리 정부를 압박할 것이고, 여기에 푸틴은 에너지협력이 북핵리스크 완화를 가져온다고 제대로 생색을 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를 이용한 한-러 에너지협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북극에너지가 미국 LNG 협상에 주요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 LNG는 에너지개발사업은 물론 북극항로 개발로 연계되어 예상되는 시너지가 크다. 특히, 북극항로가 열리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그 경로 상에 놓여있는 도시의 새단장(make-over)이 예상된다. 우리 EPC 기업들의 기술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설레임과 우려 속에서 시작한 새정부에게 에너지안보를 맡기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경험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부디 잘 모를 때는 잘 아는 전문가에게 묻는 겸허한 자세와 지혜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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