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스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한 주택의 모습. 1년간 사용해본 할머니는 예전보다 깔끔하고 사용도 편리하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흙벽 등 열악한 주택 보수하며 금속배관 교체 '비지땀'

어르신들 “노후 고무호스 대신 금속배관, 튼튼해서 좋다”
가정 LPG시설도 용기 2개 설치, 공급중단 없이 사용 가능

[가스신문=이경인 기자] 올해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총 4만886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지난 4월 개선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현재 전국에서 개선작업이 한창이다. 7년차를 맞는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노후된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해 LPG사용시설의 안전성을 높인 것은 물론, 고령가구의 타이머콕 무상보급 등 추가적인 지원제도를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도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과 함께 타이머콕 보급사업,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 등 LPG사용시설의 안전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는 지자체로 꼽힌다. 더욱이 화천군은 거주세대 5가구 중 1가구가 서민층 지원을 받을 정도여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화천군은 적극적인 노후시설 개선과 타이머콕 보급을 통해 LPG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사용자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화천군의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 추진 현황과 노후시설 개선을 통해 금속배관으로 교체된 지원가구도 방문해 사용소감을 들어보았다.

 

사용량이 적은 주택이지만, LPG용기 2개를 설치해 기존에 LPG용기 1개를 설치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용 중 공급중단의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5세대 중 1세대는 서민층

“화천군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지자체 중 하나로 전체 1만3천여가구 중 서민층으로 분류돼 정부지원을 받은 세대가 3500가구에 달합니다. 가스시설 개선사업도 정부지원이 없다면 지자체 단독으로 추진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화천군청 지역경제과 김현일 과장은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과 관련해 정부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자체별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서울이 83.79%로 가장 높고 최하위는 전남 29.47%, 강원 31.18% 순이다. 화천군의 재정자립도는 13.66%로 강원도에서도 낮은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느 지역 못지않게 적극적인 모습이다. 고령가구를 대상으로 타이머콕 보급에도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 지원에 참여하는 등 가스시설 안전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지만,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개선비용의 80%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20% 중 5%는 강원도에서 지원하는 등 지자체의 비용부담이 15%에 불과한 덕분이다.

화천군의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을 비롯해 LPG배관망사업 등 LPG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기진 팀장은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지난 7년간 꾸준하게 진행된 덕분에 제도에 대한 신뢰감이 높다”며 “이를 계기로 고령가구를 대상으로 한 타이머콕 보급사업과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후 가스시설 개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덕분에 고령가구의 안전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인 타이머콕 보급과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 지원규모가 전년대비 반토막으로 줄어들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규모는 총 4만8861가구이며 총 지원예산은 118억9205만원으로 지난해 9만4436가구, 22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지난 2011년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 시행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화천군의 시설개선규모도 지난해는 151가구였지만 올해는 72가구로 크게 줄었다.

정부의 지원규모 감소가 지자체의 개선규모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속배관 설치하니‘안심’

가스시설 개선사업이 7년차를 맞으면서 화천군에서도 개선혜택을 받은 세대가 500여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낡은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해 보기좋고, 안전하다는 인식도 커지면서 가스시설 개선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화천군청에서 차량으로 10여분 이동하니, 산자락 밑으로 20여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이 나타났다.

군청이 있는 중심가를 제외하면 화천군 대부분의 마을은 1∼2층 내외의 주택들이 소규모로 무리지어 있는 마을단위 거주형태였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니, 벽돌과 시멘트, 흙벽으로 지어진 작은 주택이 나왔다.

70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내외가 거주하는 곳으로 지난해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LPG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한 집이었다.

벽면 한쪽이 흙벽인 탓에 금속배관을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벽돌벽을 따라 금속배관을 설치하다보니, 시공도 쉽지 않았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집에 계신 할머니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곳의 부엌은 기존의 주택에서 증축된 것으로 나무와 흙벽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오랜 세월, 고무호스를 통해 취사용으로 LPG를 사용해 왔으며 고무호스가 낡아지면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해 금속배관으로 교체한 뒤, 타이머콕까지 설치돼 사용이 편리한 것을 물론, 부엌 외벽에 매달려 있던 고무호스가 사라지고 배관으로 연결되면서 깔끔해졌다고 연신 감사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차량으로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두 번째 집도 20여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70대 어르신 내외가 사시는 곳으로 벽돌로 단단하게 지은 집이지만 20여년이 흐르면서 이곳저곳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이 집도 지난해 시설개선을 통해 고무호스를 제거하고 금속배관으로 교체했다. 마침, 당시 시공을 담당했던 개선사업자도 만날 수 있었다.

개선사업자에 따르면 해당 주택은 취사용으로 LPG용기 1개를 연결해 사용해 왔으며 고무호스가 부엌으로 연결된 문을 통과해 설치된 탓에, 문을 열 때마다 고무호스가 바닥이나 벽에 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에 개선사업자는 금속배관을 출입문 위에 설치, 출입 시 불편을 최소화했고,  LPG용기는 2개를 설치해, 기존 용기 1개 설치 시 발생할 수 있는 공급중단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개선사업자 입장에서 사용량이 많지 않은 주택에 LPG용기 2개를 설치한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시공방법이지만, 사용자의 안전과 편리성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셈이다.

할머니도 부엌에 설치된 타이머콕과 금속배관으로 교체된 LPG시설을 소개하시면서 고무호스 없이 깔끔해진 외관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실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업수혜 가구 만족도 조사결과 응답자의 98.5%가 사업에 대한 ‘만족한다’는 답변을 보인 바 있다. 사업수혜 가구의 만족도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정부 지원예산 확대 절실

사업수혜가구의 긍정적 반응과 가스사고 감소효과 등으로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정부의 에너지복지사업 중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제도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한국정책학회가 주관한 ‘제5회 한국정책상 시상식’에서 가스안전공사가 안전관리기관 최초로 공공기관장 부문 정책상을 수상했다. 당시, 한국정책상 수상의 배경에는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에 대한 성공적 추진의 힘이 컸다.

또한 올 들어 처음 실시한 각 중앙부처별 재난안전사업 평가(주관 국민안전처)에서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 사업’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재난안전사업 평가는 각 중앙부처가 추진한 재난안전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정부 23개 부처에서 추진한 296개의 재난안전사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해 10개의 우수사업을 선정했다.

평가결과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LPG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하고 퓨즈콕 등 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것으로, 공익 증진 효과가 높다고 판단돼 최종 1위에 올랐다.

더욱이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내년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 과정에서 최대한 우선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돼 예산확보에 힘이 실릴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지원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향후 시설개선사업 추진에 우려감이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년도 예산 증액을 통해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층의 가스안전이 확보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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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원도 화천군 이기진 LPG배관망 TF팀장 

“미개선 가구 여전, 수혜대상 확대 필요”

안전 담보 어려운 시설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공급자 통해 일반LPG사용시설도 개선 유도시급

“지난 7년간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이 진행되면서 노후된 시설은 대부분 개선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관내 3500여 서민층 가구 중 여전히 1100가구는 노후시설이 미개선된 것으로 확인돼, 지원규모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화천군청 지역경제과 이기진 LPG배관망TF팀장은 여전히 미개선 가구가 많은 만큼, 시설개선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화천군은 지난해 151가구를 개선했지만, 올해는 72가구로 개선규모가 크게 줄었다. 당초, 매년 개선사업의 진행으로 개선대상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노후시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기진 팀장은 지난해까지 서민층 시설개선과 타이머콕 보급 등의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지난해 강원도 화천군의 한 마을이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 지원대상에 선정되면서 LPG배관망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 팀장은 시설개선사업이 7년차에 들어서면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 LPG배관망업무를 맡게 됐지만, 예상보다 미개선가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배관망업무와 함께 시설개선업무까지 도맡게 됐다.

사실상, 금속배관 교체를 통한 노후시설개선과 가격경쟁력과 안전확보를 위한 마을단위 배관망사업 등 LPG시설 안전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미개선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왜일까?

이에 대해 이기진 팀장은 “사회복지담당자를 통해 서민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잦은 이사와 주소지 변동으로 정확한 대상자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원대상자가 주소지를 이전할 경우, 시설개선대상이 추가되는 만큼, 노후시설 해결을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노후된 서민층 가스시설을 금속배관으로 교체해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던 서민층 가구가 다른 주택으로 이전할 경우, 추가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서민층 1가구에 대해 시설개선은 2회 이상 중복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신속하고 빠른 개선사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우리 지역은 서민가구가 5가구 중 1가구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서민가구가 아니어도, 노후된 LPG고무호스를 사용하는 등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가구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서민층을 포함해 지역별로 노후된 LPG고무호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일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의 목적이 노후된 시설을 개선,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만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설이라면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끝으로 이기진 팀장은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과 함께, 낡은 시설을 사용하는 일반LPG사용시설에 대한 금속배관 교체도 병행해야 한다”며 “공급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통해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일반LPG시설도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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