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계기로 내진설계 일본 수준 적용 검토
빠르면 8월 중 공청회 통해 추진방향 제시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강진을 계기로 가스시설의 내진설계 미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욱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국내 가스시설의 내진설계 현황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국감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와 도시가스 정압기실을 비롯한 공급시설 4939개소 중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곳은 4530개소로 91.7%에 달한다. 또한 전국 기준으로 내진 설계 대상인 도시가스 배관의 49.2%, 압력용기(동체부 5m이상)의 37.2%, 고압가스(5톤 이상) 및 액화석유가스(3톤 이상) 저장탱크의 32.5%는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이전에 건립됐다.

국정감사를 통해 가스시설 내진설계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늦게나마,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한국가스안전공사에 가스시설 내진설계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내진TF팀을 신설했으며 향후, 가스시설 내진설계 정책방향 재설정을 위해 한국지진공학회에 ‘가스시설 지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어, 가스안전공사는 LPG와 도시가스, 고압가스업계를 대상으로 가스시설 내진설계 기준마련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가스시설 내진설계 기준을 살펴보면  가스3법 공히, 저장탱크 5톤 이상으로 기준을 통일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며 가스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 검사‧점검방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검사항목을 구체화하고 표준 점검절차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공급시설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도 현행 2층 이상 또는 500㎡이상에서 가스공급시설 규모별로 내진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표본성능평가를 실시해 내진설계 평가방법을 표준화하며 미비한 시설의 경우, 보수‧보강작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내진설계 미비시설이 지진에 취약한 것은 아니라며 무조건적인 기준 강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 내진설계 의무화 이전의 LPG저장탱크 등의 기초기준도 미국과 일본의 기준을 적용해 설치한 만큼, 내진설계 의무화 이후에도 설치방법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가스안전공사는 지진공학회의 연구결과와 가스업계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는 8월 중 공청회를 통해 가스시설별 내진설계 추진방향을 제시, 본격적인 기준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경인 기자 oppaes@gasnews.com

 

도시가스부문

PE배관 등의 내진설계는 과도한 규제
정압시설물은 유형별·지역별 특성 고려한 내진설계 간소화

도시가스업계는 정부의 가스시설 지진 안전성 향상 방안에 대해 정책방향은 공감하나 산업특성과 비용 및 민원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여 제도보완의 간소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지난달 1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가스시설 지진안전성 향상 방안’ 의견수렴 자리에서 그동안 업계가 주장해 왔던 도시가스 주배관망의 내진설계와 정압기 등의 각종 공급시설물의 내진성능 평가 및 설계는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지난 2005년부터 가스공급을 위해 매설한 주배관망은 0.1~1Mpa 미만의 중압 배관인 폴리에틸렌피복강관(PLP)이 사용되고 있고, PLP관의 경우 배관이 유연하면서도 외부 충격에 따른 변형이나 뒤틀림 현상 등이 적어 내진에 매우 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도시가스업계는 공급관의 경우 이미 2005년부터 가스안전에 관한 규격(KGS T018)에 따라 배관의 내진설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별도의 추가 내진설계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또 0.1Mpa 미만의 저압용 도시가스배관인 PE(폴리에틸렌)관 역시 사용자시설배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또한 부식방지에서부터 외부충격 등에 뛰어난 내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PLP와 PE관에 대해 정부가 추가로 내진설계 방안은 업계에 요구하거나 제도보완을 마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도시가스업계는 지난 2005년 이전에 매설된 강관의 경우는 노후시점과 배관의 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업자의 자발적 및 단계적으로 교체하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관 외 공급시설인 정압시설의 경우에 대해서는 도시가스업계도 앞으로 지진 발생시 안정적인 가스공급과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정압시설의 내진설계 필요성은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34개 도시가스사가 안정적인 가스공급을 위해 설치한 여러형태의 정압시설물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내진설계 이행과 관련 기준 강화는 △재건축 및 설치에 따른 비용부담 △님비현상에 따른 소비자민원 △부지확보 및 이용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상황별, 형태별, 지역별 등을 고려하여 정압시설에 대한 차별화된 내진설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렇다보니 한국도시가스협회는 도시가스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도시가스 공급시설물 지진안전성 개선방안’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병국 기자 bkju@gasnews.com

 

LPG지상탱크

내진기준 큰 변동 없어 영향 미미
주거지 50m 이내 50톤 초과 탱크는 강화될 듯
2000년 이전 설치한 시설에 대한 적용 범위 관건

 

▲ 지난해 경주지진 발생 이후 가스시설 내진설계의 강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조만간 정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지진 안정성 향상방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가스시설 내진 기준에 따르면 LPG시설은 지상저장탱크 3톤 이상에 대해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같은 수준이며 이번 가스시설 지진안전성 향상방안을 통해 추가적인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압가스·도시가스업계와 비교해 보면 LPG업계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1995년 발생한 일본의 고베지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1997년 내진설계성능기준이 마련됐으며 2000년부터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개정으로 가스시설물의 내진설계가 의무화 됐다. 이 같은 실정에서 2000년 이전에 설치된 LPG시설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진설계기준을 연구 중인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에 5톤 이상의 저장탱크와 충전소 등 15개 시설에 대한 성능평가 결과 14곳은 적합했고 1곳만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진설계 이전에 설치한 LPG시설에 대해 얼마만큼 시설을 보강해야 하는지 업계의 수용범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진안전종합대책을 보면 가스시설은 핵심·일반·기타로 기준이 강화된다. 일반시설 가운데 주거지 50m 이내의 LPG저장탱크(50톤 초과)의 경우 기존 0.154g(중력가속도-Gravity Acceleration)에서 0.22g로 강화되는 것이 논의 중이다. 이에 해당하는 LPG충전시설이 얼마만큼 되는지 파악이 중요하며 비용을 차치하고 충전소에서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전망이다.

김재형 기자 number1942@gasnews.com

 

고압가스저장탱크

5톤 미만 내진미설계, 재설치해야 할 판
2000년 전까지 1423개 사업자 비용부담 막대
비가연성 10톤 이상서 3톤 이상으로 강화돼
일본과 지진강도 차이 동일기준 적용은 억지

 

 

지난해 9월 가스안전공사가 지진에 따른 전국 가스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산업용고압가스 저장탱크 내진대상 총 4587개 가운데 3164개가 내진규모 5~6 범위에서 내진설계가 돼 있으나 1423개(31.0%)는 미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산업용고압가스배관의 경우 내진대상 총 894km를 점검한 결과 내진규모 6.5 범위 내에서 모두 내진설계가 돼 있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비가연성 및 비독성 고압가스의 지상식 저장탱크 내진설계는 10톤 이상일 때만 적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일본처럼 3톤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가스시설 지진 안전성 향상방안을 보면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는 지상식 저장탱크 5톤 이상(비가연성가스나 비독성가스의 경우에는 10톤 이상)으로 규정돼 있으나 일본 기준은 3톤 이상(비가연가스나 비독성가스의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이다.

또 압축가스의 경우 고법에서는 500㎥ 이상(비가연성가스나 비독성가스의 경우에는 1000㎥ 이상)이나 일본은 300㎥ 이상(비가연가스나 비독성가스의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같은 결과와 함께 정부가 가스저장탱크 및 배관의 내진설계기준을 일본수준으로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어 가스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서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내진설계를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한다면 국내의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등 비가연성 고압가스 가운데 5톤 미만의 저장탱크는 모두 재설치해야 할 판”이라며 “그동안 5톤 미만의 저장탱크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완성검사조차 받지 않고 설치한 상황이어서 일본의 내진설계기준을 적용하면 다시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도 “지난해 경주지진도 리히터 규모는 5.8KMA였으나 이 지역의 고압가스저장탱크는 하나도 넘어지지 않는 등 이상이 없었다”면서 “특히 그동안 고압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설치된 초저온저장탱크와 관련한 사고가 거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산업용가스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저장탱크 설치와 관련한 기준의 대폭 강화돼 가스공급업체만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실 사용자의 사업장에 설치하는 저장탱크 및 배관은 사용자시설로 사용자의 비용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가스공급업체가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가스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압가스시설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장탱크의 저장능력이 5톤, 10톤, 30톤 등 그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가스의 운반 및 이·충전 횟수가 사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안전 확보를 위해서라면 보다 용량이 큰 저장탱크를 설치해 가스운반 및 이·충전 횟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이 같은 점을 고려한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의 발달과 함께 가스사용량이 늘어 저장탱크를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장탱크의 저장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규제로 인한 역기능이 나타나는 결과이며, 정부는 저장탱크의 내진설과와 관련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합리적이고 현실을 감안한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상열 기자 syhan@ga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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