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돼지 껍데기로 시를 읽다
소주 한 잔 마시고 돼지껍질 한 점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어서 시를 읽는다.
이놈이 내 입에서 녹아내릴 때까지 잘근잘근 씹는다.
아∼드디어 침과 섞어진 시가 녹아 목구멍을 타고 읽혀진다.
꺼억∼∼∼
시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시가 뱃속에서 요동을 치고 머릿속을 뒤집고
뱀 혓바닥처럼 날름거린다.
소주 한 잔에 시가 무한리필 되어 젓가락 끝에서 춤을 춘다.
시가 입구를 지날 때마다 감동해서 눈물 흘린다.
돼지껍데기에 이런 묘한 맛의 시가 숨어 있을 줄이야
돼지가 남기고 간 부산물 그 속에 들어있는 콜라겐
다시 나의 뱃속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오늘도 돼지 똥냄새가 그리워 내 몸에 읽혀진 시를 토해낸다.
한 점의 돼지껍데기 속에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도 들어있고
소꼽친구들도 시골장터 순댓국 냄새도
돼지가 뭔데 삶은 머리에 큰절을 올리고 나는 시를 쓰고 있을까.
돼지껍데기 추억은 위장을 지나 밤새 대장에서 소화되어
아침 화장실에서 내 항문을 읽고 지나간다.
김영탁
∙시조시인
∙화로스타 대표
가스신문
kgnp@ga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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