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대통령은 한-러경협의 비젼, ‘9-브리지’를 제안했다. 9개의 다리를 통해 경협을 일궈내자는 것이다. ‘9-브리지’는 바로 천연가스로 시작된다. 나머지 8개의 다리는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물류, 일자리, 농업, 수산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일본 상공 위로 쏘아 올려 태평양에 떨어뜨렸다. 누가 봐도 미국을 겨냥한 도전이다. 인도를 방문한 아베가 귀국과 동시에 NSC(군사회의)를 가졌다는 것은 문제의 시급성을 대변한다.

문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꺼내든 가스협력 카드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국정과제이자 우리 경제의 숙원사업이다. 게다가 탈원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스공급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과 FTA 재협상을 하면서 LNG 장기계약을 적극활용했다. 하지만 미국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셰일가스가 많이 분포해 있는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는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경로에 있다. 그것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가스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파나마운하를 지나야 한다. 현재 파나마운하는 내년 10월 물량을 지금 확정해줘야 할 정도로 정체가 심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가격경쟁력이 담보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러 가스협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아시아 가스허브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가스허브는 물리적인 허브와 시장적인 허브 둘 다 가졌을 때 제 기능을 한다. 우리가 가스허브를 가질 수 있겠냐는 데에 대해 자조론도 많다. 우리는 그게 문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핵을 갖자면서 가스허브는 왜 가질 수 없단 말인가?

가스허브를 국내에 마련하자는 것은 다분히 애국심이나 공명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만한 여건이 되고 그걸 수행할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동방정책, 우리의 新북방정책은 접점이 있다. 바로 가스허브이다.

가스허브의 해법은 바로 9-브리지 안에 있다. 9개 다리 중 가스와 전력과 북극항로를 하나의 큰 그림 안에 넣어보자. 한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링(RING)이 펼쳐진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공급시장과 미국의 가스시장이 중국, 한국, 일본은 물론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시장을 향하고 있다.

혹자는 파이프라인을 깔면 된다고 한다. 이는 물리적 허브에 생각이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전력망과 가스망을 연계하는 한-중 인터컨넥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옵션은 많을수록 좋다. 한-중 가스스와프를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한-중 관계 회복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

우리는 과거 정부가 저지른 대운하사업을 통해 보여주기 식의 인프라사업이 갖는 한계를 잘 안다. 수요도 없는 아라뱃길을 만들어 캠핑장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창조경제답다.

앞으로 新북방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를 활용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내실있는 비즈니스모델이 발굴되길 기대한다. 도중에 어려움도 있으리라. 과실이 익기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명분은 좋은 데 중간에 성과가 하나도 없어 본질이 퇴색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끌어나가는 일꾼보다 구경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 구경꾼들을 조력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명쾌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9-브리지에 걸맞는 실현가능한 로드맵을 통해 하루빨리 추진력이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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