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 고려한 에너지세제개편 선결돼야

 

석탄화력발전-대기오염 등
환경비용 포함시켜야

전기(원전)-개별소비세 
신설 위한 검토 필요

에너지 세제 왜곡
에너지 믹스에도 부정적 영향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에너지로 전환’

[가스신문=유재준 기자] 지난 8월 29일 문재인 정부 최초로 이뤄진 부처별 핵심 정책토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핵심 모토이다.

주요 내용에 따르면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원전 감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기존 원전지역 경제활성화 및 산업계 지원방안도 마련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분야와 주체, 방식을 전환해 주민 수용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고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노후 석탄발전 7기를 조기폐지하고 환경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한다. 신규 석탄발전소 추가진입을 금지하고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는 청정 LNG발전소로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신 비즈니스, 원전 해체산업 등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기회로 적극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열린 에너지세제개편 정책 토론회 모습.

 

미세먼지·탄소배출원 대한 적정 조세 필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탈석탄을 기조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원전과 석탄 중심의 전력산업 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입지여건 등과 향후 예상 보급률 등을 고려할 때 그 실현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된다.

이에 따라 ‘브리지 연료’로서의 천연가스 발전(發電)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에너지전환 정책 실현을 위해서 에너지 세제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관련 학계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재정학회 주관으로 열린 ‘새 정부의 환경 관련 세제 및 재정 개혁 방향과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김승래 한림대 교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피해비용, 송배전비용 등을 에너지원별 상대가격의 신호체계에 제대로 반영하여 발전원별 가동률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시장이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석탄화력이나 원자력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궁극적인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4위의 석탄수입국이며 세계 6위의 온실가스배출국으로 미세먼지, 탄소배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오염감소를 위해 발전부문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환경측면의 조세 및 부담금 부과의 적정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심각한 건강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싼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석탄의 각종 사회적 비용이 석탄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유연탄의 경우 2014년 7월 도입된 개별소비세에 LNG 등 경쟁연료를 감안해 단순히 열량세 개념의 세율만이 반영되었으나 대기오염, 탄소배출 등 환경비용을 포함시켜 향후 2022년까지 현행 세율 30원/㎏의 최소 2~4배 정도로 꾸준히 세율을 인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연탄은 석유류나 LNG와 비교해 수입부과금이 부과되고 있지 않으므로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석유류나 LNG와 최소 동일한 수준으로 수입부과금 부과를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기 개별소비세 신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를 제외한 각종 에너지원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및 각종 부과금이 부과되고 있는 반면에 전기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만 부과되어 조세를 통한 사회적 비용 반영이 불명확하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전반의 에너지수요에서 전력소비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나 전력 판매단가가 원가 이하에서 결정되는 상황에서 전기과세는 유류 등 기타 에너지 과세와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현행 전기요금 결정구조로는 발전연료에 대한 과세가 소비자가격으로의 전가에 한계가 있으므로 전기자체의 소비절약과 유류, 도시가스 등 기타 발전연료와의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전기에 개별소비세를 직접 부과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합리적 에너지소비구조, 국민부담 초래

지난 6월 29일 ‘새 정부의 지속가능한 환경에너지 정책방향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책토론회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에너지 세제개편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박사는 “전력정책 전환과 연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제’ 발표에서 가격왜곡에 의한 비합리적 에너지소비구조는 국민경제에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해 부담으로 작용되며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용용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현행 요금체계를 ‘원가반영 요금체계’로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환경오염비용을 포함해 현재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야 하며 발전연료간 세율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청정한 LNG에 석탄보다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석탄에는 부과하지 않는 관세나 수입부과금도 부과하고 있는데 발전원간 공정경쟁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원전의 안정성과 관련된 비용도 어떤 형태로 조달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세제개편으로 국민건강권 보호해야

 ‘미세먼지 이대로는 안된다Ⅱ’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4일 열린 에너지 세제개편 정책토론회에서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우리를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국내 석탄화력발전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 요인들의 지적되고 있다. 이 중 중국발 미세먼지와 같은 대외적인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기에 당장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석탄화력, 경유차 등 국내 대기오염원으로부터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는 에너지 가격에 사회적 비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석탄화력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LNG,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에 대해서는 낮은 세금이나 면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사회적 비용을 에너지 가격에 반영해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에너지 세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우리는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는 현재 가동률이 40%를 달성하면서 그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를 절반 이하로 배출하면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스발전의 가동률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탄소 연료인 천연가스의 가격이 고탄소 연료인 석탄의 가격보다 비싼 것도 한가지 원인이지만 천연가스에 붙는 세금 및 부담금이 석탄에 비해 높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천연가스는 저탄소 연료이기에 우대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16년 경주지진 발생 이후 국민들의 수용성이 크게 떨어진 원전은 면세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스(열병합)발전과 달리 석탄발전 및 원전은 공급자와 수요지가 서로 달라 장거리 송전탑이 필요해 사회적 갈등 또한 증가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환경과 안전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에너지 세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에너지 세제가 석탄 및 원전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에너지 세제의 왜곡은 에너지 믹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에너지 소비를 왜곡하고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배출, 사회적 갈등, 무역수지 악화를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간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엄밀하게 평가한 결과에 근거해 에너지 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믹스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수 중립이라는 대전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면세인 원전에 대한 세제 신설, 석탄발전에 대한 과세 강화, 가스(열병합)발전에 대한 과세 완화 또는 면세, 전기에 대한 세제 신설, 수송용 연료에 대한 과세 완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다면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과 안전이라는 국민들의 가치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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