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스산한 소슬바람 사이로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밤새워 하염없이 비가내리네.

누군가의 그리움에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릴 때

질주하는 차량행렬 두려운 듯

허공에 절규하며 몸을 던지네.

 

한여름 내내

신록이 젊음 구가하던 숲속에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잎사귀 구조조정 들어가네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가는

무심히 내리치는 빗방울 무게에

이ㅡ내 못내 겨워

울긋불긋 멍이든 채

바람결에 흔들리다가는

한 세상 하직하고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네요.

 

단풍잎 장례식을 치르느라

구경 나온 인파로 불야성을 이루고

빗소리, 새소리, 바람소리ㅡㅡㅡ

처절하게 장송곡 울려 퍼지면

초대받지도 못한 구경꾼이

문상하러 붐비는데

유족이 된 붉은 상복차림의 단풍잎은

빈소마저 차리지 않고

나뭇가지 걸터앉아

조문행렬 내려다보고만 있네요.

 

수목장이 끝나는 대로

갈길 잃은 가랑잎은

정든 길에 나뒹구는데

아쉬움에

아직 발길 못 돌린 행락객은

낙엽이란 시신을 즈려밟고는

진혼곡을 불러대며

깊어가는 만추의 향연에 만끽해하네요.

 

이 제 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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