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상반기 중에 가정용 고객수 1,800만 가구 돌파가 확실시 된다. 가스사업력이 100년 이상 되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우리보다 많은 고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고객수를 확보한 국내 도시가스사업 연혁의 시발점은 어디로 볼까? 많은 주장이 있지만, 규범적인 측면에서는 1978년 12월 5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의 모태인 가스사업법(법률 제3133호)이 제정된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년은 도시가스사업이 규범적 출발과 함께 민간 도시가스사가 최초 설립된 지 40년! 즉 중년의 시대로 들어가는 해가 된다. 뜻 깊은 새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짚어보고 새로운 비전과 나아갈 바를 점검해 본다.

가스사업의 중요한 성장 척도로 고객수와 수요밀집도를 든다.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대비 고객수(가구/㎢)는 세계적이다. 독일 58.8, 프랑스 17.5, 이태리 77.0세대에 비해 우리나라는 169.3세대에 달한다.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양적 성장세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나, 질적 성장은 답보상태에 있다. 상장 도시가스사의 주식은 3만~9만원에 거래되며, 1976년에 상장한 대표주 삼천리도 11만 전후에 거래되는 등 도시가스주는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주로 인식되고 있다. 영업이익율 역시 2%대에 불과, 한전(8.1%), 한난(9.4%) 등 에너지공기업의 1/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흥망성쇠는 깃털에 불과하다. 도시가스사업의 모태였던 석탄산업도 백년 성장 뒤 십년만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성장․발전기에 새로운 시대를 향한 모맨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같은 업을 영위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 삼탄은 한 때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여 에너지산업의 애플로 불렸다. 이런 삼탄도 최근에 세계 5위권의 인도네시아 키데코 광산을 매각하는 등 에너지패러다임 변혁에 대비하고 있다.

새로운 40년을 향한 국내 가스사업의 몇 가지 비전 과제를 제시해 본다.

먼저, 가스산업의 경쟁력 핵심인 가격 유연성 개선이 요구된다. 세계 2위의 LNG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유가에 종속된 도입원료비 체계를 혁파하기 위한 동북아 LNG 허브의 창설, 도착지 제한규정 폐지 등 거래조건의 혁신, 세제개편을 통한 왜곡된 에너지가격의 개혁 등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가격 시그널이 시장을 지배하는 합리적인 에너지시장 조성을 앞당겨야 한다.

둘째, 서비스 경제(Service Economy) 시대에 걸맞는 서비스의 제공과, 서비스에 상응하는 대가의 지불이 범용적으로 인정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낮은 가격 대비 질 높은 서비스는 포퓰리즘에 익숙한 우리 사회가 치유해야할 난제 중의 하나이다. 도시가스사는 보다 양질의 서비스전환을 업의 최고 미션으로 삼고, 규제기관은 서비스제공에 상응하는 적정비용의 승인, 소비자는 이를 합리적 수준에서 수용할 때 가스생태계의 상생이 빛을 발휘할 것이다. 

셋째, 규제개선을 통한 합목적적인 안전관리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사업을 통하여 가스사업 생태계가 윤택해지기를 소망한다. ABC 기술(AI, Big Data, Cloud)로 무장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적 규제, 반복․중복적 규제는 혁파되어야 한다.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안전과 공급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거듭 나야 한다. 

우리는 세 개 과제를 기반으로 천연가스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에 노력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과 같은 정부 정책에 천연가스의 역할과 위상은 미미하다. IEA의 World Energy Outlook 2017(2017.11)에 의하면, 2040년까지 전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연평균 1.6% 성장, 45%까지 증가하여 2040년 전세계 수요는 5,304bcm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산업용 수요가 전체 수요 증가량의 약 33%를 점유하여 발전용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는 2020년 중반에 석탄을, 2030년대 중반에는 석유를 추월하여 전세계 에너지믹스에 있어서 가장 큰 단일 연료가 될 것이다. 가스발전은 기저발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가스와 전력 사이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높은 수준에서 통합하는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천연가스의 역할과 위상이 재정립되어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에너지공급의 유연성 확보와 에너지안보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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