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5월부터 인상된 도시가스 도매요금이 또 다시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요금정책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가 이달 1일부터 도시가스용 도매요금 중 주택용과 영업용은 동결하고, 산업용을 비롯해 그 밖의 용도는 최소 0.3%에서 최대 4%까지 인상했다.

정부의 이번 도매요금 조정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물론이고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체 등 여러 수요처마저도 납득하기 어려운 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도시가스용 도매요금의 용도별 세부 조정 내역을 살펴보면 주택용과 일반용(영업1·2)은 인상 대상에서 배제된 채 동결된 반면 산업용, 열병합용, 수송용, 가스냉난방용 등 타 용도만 종전보다 0.3%에서 최대 4.7%까지 인상됐다.

산업용의 경우 하절기(6~9월) 때는 종전보다 4%로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고, 동절기(12~3월)는 2.9%, 기타 기간(4~5월, 10~11월)은 3.3% 각각 올랐다.

이번 용도별 조정 중 산업용 도매요금의 경우 종전보다 0.3491~0.3843원/MJ로 올렸다. 이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피단위로 환산할 경우 하절기 기간의 산업용 도매요금은 무려 19.3원/㎥이 올랐고, 기타 월 기간에는 16.4원/㎥, 동절기 때는 14.9원/㎥이 각각 인상된 셈이다.

이번 조정으로 산업체들의 연료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산업용 비중이 높은 경기지역과 인천지역 내 산업체들의 ‘탈 LNG’ 현상도 우려되며, 이에 따른 도시가스사들의 판매량 감소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산업용 비중이 높은 지방권의 경우 산업체는 물론이고 도시가스사들도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용요금에 구간별요금제 등을 적용하는 지방권은 이번 도매요금 조정으로 24원/㎥ 이상 오른 곳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산업체에 청정연료인 도시가스를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크다.

또 중·소규모의 열병합발전소와 연료전지발전 등에 적용되는 열병합용 도매요금도 종전보다 0.2665~0.3975원/MJ 인상했다. 이는 종전보다 6.7~17원/㎥까지 올랐다.

수송용 도매요금도 5월부터 0.3885원/MJ(16.6원/㎥) 올랐고, 냉난방공조요금의 경우 하절기 기간에 0.3805원/MJ 올랐고, 동절기 때는 0.3597원/MJ 인상했다. 이는 여름철에 16.2원/㎥ 오른 셈이고, 겨울철에는 이보다 소폭 낮은 15.4원/㎥이 인상된 것이다.

이처럼 이번 도매요금의 용도별 조정 특성은 동절기(12~3월)보다 하절기(6~9월) 때 도매요금을 더 큰 폭으로 올렸으나, 가정용(주택난방용)과 일반용(영업1·2)은 이번 도매요금 조정에서 배제됐다.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도매요금 조정이 공급비용은 변동이 없었으나 원료비가 유가와 환율 변동으로 인상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도매요금 조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도시가스용에서 가장 소비량(비중)이 높은 가정용(42.6%)과 3번째로 높은 일반용(11.6%)이 인상되지 않고 동결됐다는 점이다.

2017년도 말 기준으로 34개 도시가스사의 전체 판매량은 총 235억9574만㎥로, 이중 가정용이 100억4954만㎥로 전체 42.6%를 차지했고, 산업용은 78억8877만㎥로 33.4%, 일반용(영업1·2)은 21억340만㎥로 8.9%, 그 외 업무용(6.4%), 수송용(5.2%) 등의 비중을 보이며, 이 같은 패턴은 하절기를 제외하면 매년 큰 변동이 없다.

즉 사용량이 가장 많은 주택용과 일반용을 배제한 채 정부가 용도별 도매요금을 무리하게 조정한 결과 가정용과 일반용이 수용해야 할 인상분이 타 용도별 도매요금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바로 도시가스용 도매요금의 왜곡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며, 이를 정부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5월부터 왜곡된 용도별 요금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번 도매요금이 정상적(정률적용)으로 조정했다면 가정용은 종전보다 8.9원/㎥, 일반용은 7.2원/㎥ 수준으로 각각 올랐어야 하며, 반면 산업용 인상폭은 7원/㎥ 정도만 인상됐어야 했다. 결국 산업용 도매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당 10원 더 오른 셈이다.

이렇다보니 산업용 비중이 높은 공급사(도시가스사)를 비롯해 도시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체들의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가 대기환경개선 등을 이유로 산업체에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토록 권장하면서 정작 산업용 도매요금은 최대 수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황당한 용도별 도매요금 조정으로 가스냉난방공조요금은 하절기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하절기 전력피크 부하를 줄이기 위해 힘들게 산업부가 가스냉난방공조요금제를 도입하고, 장려금까지 지원하는 가스냉난방시스템의 보급에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결국 정부의 도시가스용 도매요금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지게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부는 올 초 만하더라도 도시가스용 도매요금에 대해 사용 패턴을 중시하고, 국제유가와 환율을 제대로 적용토록 ‘기준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스스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다.

특히 수 년간 인위적인 도매요금 조정으로 발생한 미수금(5조5천억원) 문제로 도시가스요금의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1월 대국민 고통분담을 통해 어렵게 해소한 후 산업부는 ‘제2의 미수금’ 문제가 또 다시 빚어지지 않도록 도매요금 산정과정에 철저히 원칙과 기준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까지 도매요금을 비정상적으로 조정할 것인지 걱정이다”며 “서민들의 에너지 사용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이미 도시가스업계와 소비자들은 수 년간 도매요금 미수금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하며 더 이상 인위적 조정은 시장의 혼선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도시가스용 도매요금에도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한다면 모든 유가와 환율의 조정여부에 따라 모든 용도별요금에 적용하는 것이 도시가스요금의 왜곡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체 관계자는 “산업용 도매요금을 한 번에 수십원씩 올리면 산업체의 원료비 인상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며, 이는 곧 생산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또 다른 물가상승을 가져 올 수 있다”며 “그나마 아직 타 연료와의 가격경쟁에서 LNG가 우위를 점해 사용하지만 또 언제 LPG 등으로 전환을 해야 할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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