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주인집에 조율사가 다녀갔다 덕분에

늦은 밤에도 천장에서 줄줄 새는

피아노 소리 몽땅 받아 마셔야 했다

반 지하 샛방에는 축축한 음계들로 질펀하고

천장에 붙은 야광 별자리도 퉁퉁 불어

우주가 온통 진창이다

조율사가 당기고 간 현은 주인집 피아노인데

오히려 내 마음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물통에 빠진 쥐처럼 버둥버둥 이불 속에 뒤척이다

부운 얼굴로 주인집에 올라갔다 그러나 번번이

마당에 묶힌 흰둥이의 꼬리짓에 휘둘려

반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계단에 놓인 행운목 앞에 앉아 이제는

가물가물한 얼굴들의 무늬를 만지다 돌아왔다

내게는 너무나 먼 길이었다

결국 밤마다 청취하는 천장의 누수를

마음의 대야 정갈하게 닦아서

묵묵히 받아내었다 오랫동안

남에게 쏟지 못한 말들은

내 안에서 눅눅한 배려가 되었을 것이다

그 배려의 문을 열고 나와

 

사람을 만나서

조율하는 일이 낯설고 아득하다

주인집 밑에는 나태한 조율사가 살아간다

 

 

이 권 진 詩人
・전 가스신문 기자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