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1

약수터 오르는 길목에 쓰러진 전나무를 보았다

한 평생 제 몸의 그늘을 넓히다

그 그늘 진 자리에 몸을 눕혔다

검붉은 흙을 한줌 쥔 뿌리를 보며

뒤꿈치 들고 버둥거렸을 최후를 생각한다

 

2

외할머니 주무시고 난 자리에 살 껍질이 가득하다

간밤에 슬어놓은  서캐알 같다

어머니는 늙으면 다 뒤꿈치가 벗겨진다며

골목길에 나가 이불을 터신다 시래기국

끓고 있는 부엌에 서서 외할머니가 자꾸

숟가락을 저어 간을 본다

 

3

약수터 오르는 길을 외할머니가 앞서 가신다

한참 오르시다 잃어버린 게 생각난 듯

기신기신 따라오는 자신의 그림자를 쳐다본다

슬리퍼 끄는 뒤꿈치가 가뭇하다 그 너머

젊은 부부가 배드민턴 채를 메고 내려온다

 

 

이 권 진 詩人
・전 가스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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