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새벽 별도 잠에 취하고

  저 멀리서 첫닭 우는소리 들려오자

  소달구지에

  쟁기랑, 써레랑, 가래랑, 삽을 싣고

  동구 밖 나가시며

  말은 없으시지만

  춘궁기 고단한 나날에도

  가을의 풍성함을 기대하셨으리라.

 

  삽으로 물꼬를 터서

  눈에 물을 대시고

  아낙네들 뚝방길로 새참 이고 올 때까지

  쟁기로 논 갈고 써레질 하시면서

  이-랴, 이-랴

  누런 황소 채찍질 하시던 외침은

  농군의 꿈과 애환이 뒤섞여

  회고의 강물 넘치게 하누나.

 

  이제는 팔순이 넘으셨으니

  삶의 무게로 꾸부정해지던 허리

  쭈-욱 펴시고

  지팡이 삼아 걸어오신

  부질없는 야속한 세월일랑은

  고이 접어둔 채

  부디, 남은 생 편하게 지내소서.

 

이 제 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