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룬 일은 별로 없는데

  무슨 일정은

  그렇게도 빡빡했는지

  덕지덕지 칸을 채운

  탁상 캘린더는

  어지러운 삶의 흔적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건망증 일깨우려고

  아내가 마구 동그라미 친

  거실 벽 달력은

  찢기고 뜯긴 과거를

  애써 태연한 척하며 

  살아남은 것이 어디냐고

  나를 위로한다. 

 

  비록 빛은 바랬지만 

  남은 한 장의 여백은 

  새롭게 떠나야할 길을

  조용히 배웅하고 있다.

 

양영근 (가스신문 발행인·시인)
.1989년 9월 한글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3년 10월 한국자유시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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