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김재형 기자] LPG자동차의 사용규제가 무려 40여년 만에 전면 폐지되면서 수송용 시장에 미칠 파장과 가스산업의 변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 LPG자동차는 택시나 관용,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만 허용됐고 일반인들은 RV와 경차, 5년 이상 된 중고차만 사용이 가능해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번 사용제한 폐지로 LPG업계는 판매량 증대와 충전소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LPG자동차 규제완화를 원치 않던 정유업계의 흑색선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경쟁력 있는 LPG자동차는 부족하다. 그간 LPG자동차 사용제한 관련 추이와 해결과제, 기대효과 등을 파악해 본다.

 

사용제한 완화 경과

1974년경 LPG를 이용한 택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용이 시작됐다. 정유공장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부탄의 수요처 개발을 위한 조치였으며 이후 장애인·국가유공자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7인승 RV에 한해 LPG자동차 사용을 허용했다. 다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LPG자동차 사용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커 2008년 4월에는 경차·하이브리드자동차가 허용됐다. 이후 장애인·국가유공자가 사용한 5년 초과된 중고차와 5년 초과된 중고차(택시·렌터카)도 일반인 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LPG자동차 보급대수는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7인승 미만 다목적형·기타형 승용자동차 등도 허용돼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일반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RV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LPG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줄고 있는 반면 경유차의 보급이 크게 늘고 이에 따른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앙으로 인식되면서 경유자동차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친환경 LPG자동차의 규제를 완화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6개 계류될 정도로 공감대를 얻었지만 이해관계에 놓인 정유업계의 대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같은 실정에서 올해 미세먼지가 최악으로 나빠지면서 결국 정부는 지난 3월말 LPG자동차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일반인들은 이제 LPG승용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가짓수가 부족한 실정으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르노삼성은 일반인 LPG차 판매를 사전에 준비해 법 개정과 동시에 SM6 LPe, SM7 LPe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장애인과 렌터카로 아반떼, 쏘나타, K5, 그랜져, K7 등을 판매 중이지만 일반인 LPG모델로 변경을 하지 않아 몇몇 모델만 뒤늦게 출시했다. 따라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PG자동차 선택지는 좁은 편이다.

 

엔진 개발 등 상품성 좋아져

사실 일반인들은 2000년대 초 레조와 카렌스 등을 통애 LPG자동차를 경험한 후 차종의 부족으로 경유 SUV로 옮겨간 사례가 많다. 따라서 아직까지 20여년 전의 기억으로 LPG자동차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LPG자동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대부분 개선됐다.

지난 2004년부터 3세대 엔진인 LPG액상 고압분사(LPI)시스템이 적용되면서 겨울철 냉시동성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 당시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물론 르노삼성과 GM대우도 3세대 LPG엔진으로 차량을 출시했으며 자동차사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냉시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엔진보다 출력과 연비를 대폭 향상시켰다.

LPG차량의 연비는 휘발유보다 낮지만 연료비는 40% 더 저렴해 연간 유지비는 LPG가 30% 가량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5 동일 모델로 LPG와 휘발유, 경유를 비교 시 ‘차량가격+7년 사용 시 유류비’ 등을 고려하면 LPG는 3684만원 휘발유는 4473만원, 경유는 3936만원 수준이다.

일부에서 LPG충전소가 부족한 부분을 걱정하고 있지만 실제 큰 불편함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LPG자동차 등록대수는 205만대이며 충전소는 1967개소이다. 충전소당 차량대수는 1044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경유자동차 등록대수는 2094만대, 주유소 1만1553대로 주유소 당 차량대수는 1813대로 오히려 충전소가 주유소보다 여유가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단 11곳이며 전기차충전소는 충전기 개수로 전국 9661개가 설치돼 있다. LPG충전소는 주유소만큼은 아니지만 타 에너지충전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IT기기의 발달로 핸드폰 하나면 편리하게 충전소를 찾아갈 수 있는 시기에 충전소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5년부터 도넛용기를 도입하면서 트렁크 공간의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 현대차도 다소 늦었지만 8세대 쏘나타부터 이 기술을 적용했다. 스페어(예비) 타이어 자리에 LPG용기를 배치함으로써 기존 LPG자동차 대비 40%, 가솔린 차량의 85% 수준까지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도넛용기로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적이다.

 

협력방안 마련 필요

LPG자동차 규제완화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충전소의 가치상승도 기대된다. 이와 관련 충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LPG자동차 충전소들이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시장에 매각하는 사례도 종종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규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충전사업자들의 기대심리가 상승, 매물을 찾기 힘들어진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아직까지 LPG자동차 출시가 다소 정체되고 있어 기대심리만 상승할 뿐 체감온도는 그다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 LPG자동차는 올해 1분기에 1만6062대 줄어든 201만9341대로 등록대수 200만대에 턱걸이 하고 있다.<표1>

 

환경오염이 큰 경유차는 지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서 친환경연료인 LPG가 역할을 늘리기 위해 LPG사업자들은 관련 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LPG자동차 출시에 앞장서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대한LPG협회, 한국LPG산업협회는 지난 4월 친환경 LPG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 상호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윈윈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용기운반차량을 사용하는 판매업계와 협력방안도 필요하다. 1톤 LPG트럭을 활용하고 있는 한 판매업소 관계자는 “한달 간 LPG충전비는 35만원에서 48만원 수준으로 전체 유지비는 경유차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 보다 정확한 자료수집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LPG충전소에서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용기운반차량에 대해 충전비 할인정책을 도입하는 등 양업계가 협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LPG판매사업자는 용기운반차량으로 LPG트럭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전국 LPG판매업소가 4500여곳에 이르고 1톤 트럭을 1대 이상 갖추고 있는 만큼 LPG트럭의 잠재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르노삼성의 일반인 판매 1호차를 LPG산업협회 김상범 회장이 구매했는데 충전사업자들은 업무용 차량 등으로 LPG차 구매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LPG자동차가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부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성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현대자동차의 행보이다. 현대차는 4세대 LPDi(LPG Direct Injection)엔진의 적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LPDi엔진의 특징은 탄화수소(THC),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이며 출력은 휘발유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으로 친환경과 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미세입자와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매우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유로6(EURO6)와 북미의 가장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인 SULEV(극초저공해자동차, 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도록 개발할 방침이다. 당시 2015년경에는 4세대 엔진을 탑재한 LPG자동차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앞으로 1톤 LPG트럭의 보급이 크게 늘어나 이 시장을 확실한 수요처로 만들어야 한다. LPG차 규제완화에 가려 크게 조명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국회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3년부터 어린이통학차량과 택배차량에는 새로이 경유차를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때마침 환경부는 올해부터 1톤 LPG화물차 지원사업을 실시해 950대를 배정했으며 추경을 통해 4050대 추가 지원했다. 환경부와 지자체에서도 미세먼지를 다량으로 배출했던 1톤 경유트럭의 대안으로 LPG자동차의 성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이 시장이 대폭 커질 수 있다. LPG차는 비록 전기·수소차와 같은 매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 할 때까지 저공해자동차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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