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스연소기기인 보일러는 1990년대 황금기 이후 내수포화에 직면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은 가스보일러 생산라인)

[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스연소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90년 전인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급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8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는 주로 주방기기인 가스레인지 또는 오븐레인지가 가스연소기기로 통하던 시기였다.

이후 1980년대부터 도시가스배관이 전국 단위로 보급되면서 가스보일러, 가스레인지 등 다양한 종류의 가스연소기기가 보급됐다. 이에 따라 가스연소기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생산량과 내수가 꾸준히 늘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내수 과포화와 더불어 여러 연소기기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하향세를 타고 있다.

가정용 가스연소기기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가스보일러는 난방기기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할 수 있으며, 1500만 세대가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규모로 입지를 굳혔다. 가스레인지는 1990년대 초부터 보급률이 거의 100%에 육박해 지금은 연판매량 150만대에 이르는 국민 주방기기로 발돋움했다.

 

가스보일러

가정용 가스보일러가 국내에 처음 보급된 것은 1980년 초반으로, 지난 1982년 공영토건이 프랑스 샤포트 에모리스社의 제품을 수입하면서부터다. 이후 2∼3년동안 프랑스 듀발·쎌틱·르블랑, 영국 포터론·손이엠아이·글로우웜, 독일 바일란트·융커스·비스만, 이태리 페롤리·비크림·베네타, 네덜란드 AWB·네피트, 스페인 코인트라·콜베로 등 유럽 유수의 브랜드들이 국내에 수입, 보급됐다.

국산 가스보일러의 경우 1984년 롯데기공(現 롯데E&M)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가스보일러 정밀검사를 취득함으로써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Made in Korea’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그 후 대성, 코오롱 등 대기업과 가스기기 전문업체인 린나이코리아가 가스보일러 국산 제작을 시작하면서 1980년대 말부터 수입품보다 국산품의 보급 비중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그야말로 가스보일러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가스보일러 사업에 참여했으며, 제조‧수입 업체가 무려 37개사에 달했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대일, 제일정공, 금성(現 LG전자), 대우, 후지카대원, 한국엔지니어링, 경동보일러, 신광산업, 라니산업 등이 가스보일러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들이 가스보일러 생산라인 증설 및 유통망 확보에 투자를 늘려가면서 업체 간 과잉경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1990년대 가스보일러 사업을 전개했던 삼성과 금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렇듯 가스보일러 시장 규모는 1990년대부터 100만대를 넘어서면서 안정적인 수요구조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30여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거친 이후 2000년대부터는 업계 ‘BIG 3’로 불리는 경동나비엔, 귀뚜라미보일러, 린나이코리아와 롯데E&M, 대성쎑틱에너시스, 알토엔대우(前 대우가스보일러) 등 6개사로 재편된 상황이다.

가스보일러 국내 보급 130만대 수준인 현재의 내수 시장은 포화단계에 이르렀다. 때문에 보일러사들은 가스보일러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보일러사들은 저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미국, 러시아 등지에 현지 제조법인을 설립해 꾸준히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보일러의 본고장인 유럽으로까지 국산 기술을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가스보일러 제품개발의 핵심이 ‘난방열효율 향상’, ‘가스비 절감’에 쏠려있었다면, 지금은 환경이슈를 고려한 ‘저녹스(NOx) 성능’과 스마트가전 기술인 ‘홈네트워킹 연계’에 기술역량이 집중되는 추세”라며 “가스보일러 내수시장은 130만 안팎으로 꾸준히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시장 승부처는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는 국내에서 한 때 수입 금지품이었으나, 외항선 선원이나 한일 부관페리 등을 통해 휴대품으로 반입되다가 1967년 LPG 용기가 국산화되면서 일본에서 2화구 그릴 가스레인지 부품을 수입해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다.

1974년 일본 린나이와 합작회사인 린나이코리아가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대량으로 조립생산했다. 1979년에는 3버너 가스레인지가 첫 선을 보였다. 석유파동으로 도시가스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1980년대 초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레인지 완제품이 수입되다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동양매직(現 SK매직), 금성(現 LG) 등 국내 제조사들이 시장 참여를 시작했다.

1995년 이후 가스레인지는 생산량이 190만대를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1997년 국가적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가스레인지 내수가 140만대로 예년보다 30% 이상 급격히 줄어들며 부침을 겪었다.

그 후 과열방지장치 적용에 따른 가격 인상과 경쟁기종인 전기레인지의 수요 급증으로 소폭 하향추세에 있어 사실상 과거와 같은 전성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는 SK매직과 린나이코리아가 가스레인지 B2C 시장을 점유율 40%대로 각각 양분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B2B 건설사 납품 위주의 사업을 펼치는 파세코,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가스레인지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레인지 제조업계 관계자는 “가스레인지는 국내 주방기기 시장에서 터주대감으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가스연소기기”라며 “지금은 보급 초기와 같은 전성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제조사들의 꾸준한 제품 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여전히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주방기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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