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무서리 무더위 견디며

앞만 보고 달려온 나날들

늘 푸른 줄만 알았는데

문득 되돌아보니

시계바늘이 이렇게도 빨리

 

윗분 말씀 어찌 거역하랴

가난 굴레 벗어나고자

어릴 때부터 귀에 못 박힌

근면! 검소! 절약!

국민교육헌장 달달 외우고

고교 땐 총검술도 배웠지만

의분과 낭만은 간직했다네.

 

물고 뜯기는 세상정글에서

때론 덫에 치이고

못 말리는 자식 때문에

혼자 울 때도 많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어디냐며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하는

불쌍한 샌드위치세대여.

누가 회갑을 은퇴시즌이라 했나

아직 삭이지 못한

뜨거운 피 끓고 있는데

누가 회갑을 이순이라 했나

아직 접지 못한

고운 날개 자라고 있는데.

 

지금은 설 곳 없는 국민이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그 날을 당당하게 말하리라.

개발연대 깃발은 누가 들었느냐

민주화 봉화는 누가 지폈느냐

 

신록이 저토록 눈부신 것은

한겨울을 났기 때문이다.

이제 가슴에 쌓아두었던

과거 멍에는 토해내고

실종된 나를 찾아 나서보자

한 계절만 다 했을 뿐

그대로인 열정을 안고.

 

양영근 (가스신문 발행인·시인)
.1989년 9월 한글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3년 10월 한국자유시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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