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1989년 5월의 꿈은 참으로 무모했다
턱없이 부족한 물과 식량
서툰 선원들 몇 명이 전부일 뿐
선수(船首)에 그 잘난 깃발 하나 내걸고
겁 없이 출범의 닻을 올렸다.

 

신대륙 발견한 콜럼부스 야망이나
보물섬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개척해야할 신항로(新航路)
새들이 비상(飛上)할 푸른 하늘을 마중하며
깊은 바닷속 더듬고 보듬어서
잠자는 물고기를 깨우고 싶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은 당연한 것
굶주림 폭풍우는 서로 얼싸안고 견뎌냈다.
이 항해에서 진정 두려운 것은
지적(知的)나태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그 싸움에 밀리면 찾아오는 역풍(逆風)일 뿐.

 

보라! 싱싱한 고기떼 저렇게 펄떡인다.
어언 30년의 긴 항해지만
아직은 항구에 머물 수가 없구나.
희망의 섬 찾아 새날을 노래하자고
갈매기가 졸라대고 순풍(順風)이
등을 민다.

 

양영근 (가스신문 발행인·시인)
.1989년 9월 한글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3년 10월 한국자유시 문학상 수상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