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노목(老木)의 이파리는
작아지고 성기어도
푸르름은 항상 유지하지만은
구렛나루에 남루한 차림의
세파에 찌들어진
갈 곳 잃은 팔십대 노인.

강물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지만
무심한 세월 앞에
이마 위 주름살은 잔가지치고
양 볼은 분지를 이루고 광대뼈만 솟은 몰골,
뼈만 남은 손등은
검버섯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빠져 삐걱거리는 리어커
갈매기는 빙빙 돌며 반겨주지만
쪼그리고 앉아 기다림에 지친 노인
아스라한 수평선만 바라본다.
후미에 휘갈겨 쓴 배달집 상호가
긴 세월에 빛이 바래 희미해지고
산소통과 바닷물 담긴 함지박만이
새 손님 맞이하여 생의 찬가를 읊조린다.

 

이 제 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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