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리건즈 회원들이 업무를 마친 후 모여서 친선게임을 하고 있다.

[가스신문=유재준 기자] 과거 어두웠던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당구문화에 대한 선입견은 이미 사라지고 이제는 어엿하게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스포츠이자 오락인 ‘당구’는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선후배간 부담없이 공유할 수 있기에 더욱 즐거운 종목이다.

무엇이든 그 열정과 경쟁이 지나치면 본연의 아름다움을 상실하듯 해외의 프로축구를 보면 경기가 끝난 후에 열정이 지나쳐 경쟁 팀의 응원단 사이에 폭력사태까지 불거져 ‘훌리건’이라는 말도 등장했지만 직장인에게 당구란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잔잔하게 달래준다는 점에서 절대 ‘훌리건’이 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래서 한국가스공사의 당구 동아리는 ‘훌리건’의 열정을 ‘당구(빌리어즈)’에 접목시켜 ‘빌리건즈’라 불리운다. 지난 2018년 8월 말 최초로 결성되어 창립행사를 개최했으며 연말에는 다채로운 상품을 준비하여 회원들의 당구 레벨에 따른 조별 정기전을 성황리에 치룬 바 있다.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회원들의 친목과 기량 향상을 도모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은 87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인기있는 동아리로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은 필요한 장비를 보유한다거나 일정한 공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취미활동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나 ‘당구’는 원하는 시간에 준비된 당구클럽에 방문하고 구비된 장비를 이용해 즐기기 때문에 직장인에게는 특히 적합한 취미라고 볼 수 있다.

정열의 붉은 공과 순수의 하얀 공이 격렬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교묘한 회전과 미끄러짐을 통한 활발한 움직임은 마치 활기찬 혈액의 흐름과도 같고 직장에서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과도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삶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인연을 맺은 건조한 인간관계라는 제한된 조건을 승화하여 인연 또한 필연적 우연이라 여기며 서로에게 위로와 활력을 주는 ‘빌리건즈’ 동아리 회원들의 표정에서 당구공의 청량감 넘치는 부딪힘의 소리를 볼 수 있다.

빌리건즈 회장을 맡고 있는 방명석 부장은 “아련했던 시절 오로지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면학에 힘쓰던 저는 약간 불량했던, 그러나 유연한 철학을 가진 반 친구의 유혹에 이끌려 동네 당구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당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그런 수준이었으며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갔던 당구장의 분위기는 그리 멋지게 보이진 않았지요. 뿌연 담배 연기와 오가는 거친 대화들은 돌이켜보면 정말로 어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회색빛 풍경이었습니다”고 회고한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하게 맺어진 하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놀이가 내 인생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오래된 연인처럼 지금까지 내 곁을 지키고 있음은 당구가 주는 묘한 매력을 반증하는 결과라 생각한다”며 “언제나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빌리건즈’의 번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구회 총무 생산건설처 박상민 차장과 재무처 김상길 차장에게 감사드리며 공정함과 정의가 살아있는 당구의 핵심가치 ‘패자는 카운터로’라는 말을 오늘도 되새겨 본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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