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열 편집국장

요즘 국내 의료용고압가스업계는 정부의 갖가지 규제로 인해 높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산소와 아산화질소에 대해서도 다른 의약품 등재과정을 준용해 약제급여목록표 및 급여상한금액표에 업체별 등재(개별등재) 고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별등재 도입을 강행할 경우 당장 의료가스의 보험수가(실거래가 상한금액)가 인하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의료가스제조업체들로서는 매출 감소 등 경영에 큰 타격을 입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의료가스업체들은 식약처가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의료용고압가스의 GMP 적용으로 인해 분석장치 등의 투자, 인력충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 적정이윤을 남길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허가받은 의료가스의 품목갱신, 그리고 이번에 보건복지부의 개별등재 도입 추진까지 각종 규제가 엄습해오고 있어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가스업체들은 의료용산소와 관련한 우리나라 보험수가체계가 불합리하게 정해져 있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로 보고 있다.

액체산소의 경우 기체산소로 변환될 때 부피가 무려 840배로 늘어나는 등 성상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그냥 기체산소 10ℓ에 10원으로 정한 것이 화근이다. 그야말로 모순덩어리인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보험수가체계로 인해 국내 의료용산소시장이 왜곡된 방향으로 너무 멀리 빗나간 양상이어서 이를 바로잡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일본은 액체산소와 기체산소, 그리고 고압용기의 크기에 따라 차별화된 수가를 적용하는 등 합리적으로 정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장탱크(액체산소)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에 20.5원, 초저온용기(액체산소)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에 33.4원으로, 공급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고압용기를 통해 공급하는 기체산소의 수가는 더욱 높다. 6㎥의 기체산소를 충전할 수 있는 대형 고압용기(내용적 40ℓ 내외)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에 44.2원, 1.5㎥ 이내의 기체산소를 충전할 수 있는 소형 고압용기(내용적 10ℓ 이내)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에 249.1원으로 정해 놓는 등 포장단위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가스업계에서는 정부가 개별등재를 무리하게 도입할 게 아니라 우선 보험수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GMP를 적용하는 시점에서 원료액체산소를 기체로 변환, 압축산소로 제조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고압용기를 통해 판매하는 기체산소를 현실에 맞게 보험수가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용산소의 보험수가체계가 크게 잘못돼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를 무시하고 개별등재부터 도입하게 되면 의료가스업체들은 과당경쟁에 노출돼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GMP를 통해 출하하는 의료용산소의 제조원가를 고려, 특히 기체산소의 보험수가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면 의료시장에서 의료용산소의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개별등재를 도입하면 의료용가스업계가 더욱 건실하게 성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의 의료용가스업계는 지난해부터 GMP의 전면 시행으로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수준이다. 개별등재를 적용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정부는 의료가스와 관련한 정책 및 제도를 업계의 현실을 고려, 단계적으로 도입해 의료가스업계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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