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2차 가스안전관리 기본계획 내용 중 끄트머리쯤에 ‘산업용 가스 물질 규격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현행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등의 인증표준물질(CRM) 9종 외에 모노실란, 불소 등 14종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산업용 가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고압가스업계에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나 여기서 언급한 ‘산업용 가스’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종류의 가스인지 매우 궁금하다는 후문이다.

‘산업용 가스’를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산업현장의 제조공정에 쓰이는 가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특정한 가스를 산업용 가스로 통칭해 부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물론 이들 14종의 제품도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가스다. 그러나 산업용 가스가 이뿐인가.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수소, 헬륨, 아세틸렌 등 조불연성 및 가연성가스도 산업용 가스에 속한다.

도시가스나 LPG와 같은 연료가스도 산업현장의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면 산업용 가스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시가스도 공장의 연료용으로 공급하면 ‘산업용 도시가스’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도시가스의 원료인 메탄(CH4)도 고순도로 정제해 반도체제조공정에서 사용할 땐 특수가스로 불리기도 한다.

안전관리 기본계획에서 언급한 ‘산업용 가스’를 놓고 고압가스업계에서 엄밀히 말하면 ‘산업용 독성가스’ 혹은 ‘특수가스’가 아니겠냐는 견해가 많다.

사실 고압가스는 통상 1㎫ 이상의 압력을 지닌 가스를 말한다. 압력을 기준으로 한 용어일 뿐이다. 용도를 기준으로 할 때 도시가스 및 LPG는 연료용가스라 할 수 있고, 우리가 고압가스라 부르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산업용 가스다.

그래서 국내 고압가스 제조 및 공급업체들은 2000년대 초부터 회사명칭에 ‘산업가스’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 한국산업가스, 동양산업가스, 협신산업가스 등이 있었다

2000년대 이전에는 고압가스 제조 및 공급업체의 고유명칭 뒤에 ‘종합가스’, ‘가스’, ‘산소’, ‘액체산소’, ‘수소’, ‘아세틸렌’ 등을 사용하는 회사가 많았다.

현재 국내 고압가스충전업계의 회사명칭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산업가스’다. 이처럼 가스사업자들이 회사의 명칭을 ‘산업가스’로 급격하게 바꾼 이유는 아마도 가스를 용도별로 구분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국내 고압가스업계의 단체 가운데 ‘한국산업특수가스협회’가 들어섰고 일본에도 ‘산업의료가스협회’가 있는 것처럼 이제 ‘산업가스’라는 용어는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현재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포함된 가스를 보다 분명하게 분류하는 용어가 바로 ‘산업용 가스’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내 산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산업용 가스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게 된 것인지, 독성가스나 특수가스를 편의상 산업용 가스라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이 같은 가스의 명칭이나 종류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용도에 부합된 용어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전관리를 위해 제대로 분류해야 하는 독성가스를 산업용 가스로 통칭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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