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례적인 급등세를 시현하여 하반기에는 연초 대비 2~3배를 웃돌았고, 백만BTU당 평균 3달러미만 수준을 보였던 현물시장가격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기점으로 10달러이상으로 폭등하였으며 국지적으로는 20달러를 상회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미국 에너지소비의 24%를 차지하는 천연가스의 가격폭등은 캘리포니아 전력부족사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미국의 에너지위기의식을 더욱 고조시키기도 하였고, 또한 LNG 현물거래를 겨냥한 석유·가스 메이저들의 움직임을 촉발시키는 등 세계 LNG 교역시장에도 그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가격의 급격한 변화요인은 천연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그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최근 발생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급등의 원인과 향후 가격전망을 살펴본다.

2000년 초부터 점차 상승세를 거듭하던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연말을 기점으로 폭등하였는데, 작년 11월과 금년 2월 사이의 평균 가스정 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2.7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2001년 2/4분기에 접어들어서도 천연가스 가격은 장기 평균치에 근접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오다가, 6월에 접어들면서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가격급등과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지난해말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던 원인과 향후 가격추이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서는 지난 5월 천연가스 시장의 최근 동향과 전망을 발표한데 이어, 7월에는 수정된 전망치를 내 놓았다.

■ 천연가스 가격변동 추이

2000년 이전 10년 동안의 가스정 가격은 백만Btu당 2달러를 기준으로 소폭 등락을 계속하였으며, 1996과 1997년 사이의 겨울을 제외하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은 보통 연평균 가격에서 35%이내의 변동을 보일 뿐이었다. 또한 이 기간에도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치솟은 경우가 있었지만, 모두 단기간에 걸친 급등이었다.

예를 들어, 예기치 못했던 1996년 2월의 한파로 인해 Henry Hub의 현물가격이 14달러/백만Btu까지 급등하였지만 1주 후에는 5.75달러로, 3주 후에는 3달러 아래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2000년의 가스정 가격은 100% 이상의 변동을 보였고, 최종소비자 가격도 대규모 산업용과 발전용 소비자를 중심으로 동일 수준의 급격한 등락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2000년의 가격급등은 유례없이 장기간 높은 가격이 유지된 경우였고, 현물시장에서의 가격등락은 지역별로 더욱 큰 변동을 보였다.

■ 2000년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배경

2000년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는 한동안 지속되었던 낮은 석유 및 가스 가격으로 인한 미국내 생산능력의 제약과, 경제호황과 예외적인 기온으로 인한 수요증가, 그리고 적은 저장물량의 3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 생산능력의 제약

2000년 초의 낮은 천연가스 생산능력의 배경에는 이전 10년 동안 낮게 유지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동 기간동안 1999년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천연가스의 가스정 평균가격은 백만Btu당 1.61달러에서 2.32달러 정도에서 머물렀으며, 원유가격은 1990년 걸프전으로 인한 석유가격 상승을 제외하고는 배럴당 12.69달러에서 22.37달러 수준이었다.

따라서 석유·가스의 탐사 및 생산에 대한 투자가 1986년 이전 연평균 300억달러에서 1990년에서 1996년 사이에는 150억달러로 감소하였다. 1986년과 1995년 사이 메이저 석유·가스회사들의 투자수익률은 5.5%에서 7.3%로, 이는 1977년과 1985년 사이의 수익률이 10.4%에서 19.2%인 점을 고려하면 급감한 수치이다.

1996년과 1997년의 천연가스 가격상승으로 투자수익률은 10%를 상회하였지만, 1998년 가스가격이 백만Btu당 2달러 아래로 하락하면서 투자수익률도 3.9%에 그쳤다.

1994년을 제외한 1990년대의 미국내 천연가스 생산은 연간 3천만 입방피트의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동 기간동안의 수요증가에 못 미치는 규모였다.

● 수요증가

1990년에서 1999년까지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연평균 1.7%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특히 1996년부터 1999년 사이의 천연가스 수요는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르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천연가스 수요는 탄탄한 경제성장과 냉·난방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1조ft3가 증가하여 전년대비 4.7%의 증가율을 보이게 되었다.

● 저장수준 감소

수요증가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2000년 봄부터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사업자들이 가격하락 이후에 천연가스를 저장하려고 저장시점을 늦추게 되어 겨울철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이전 5년간 최저치의 저장수준을 보이게 되었다.

겨울철 난방수요에 대비하여 2000년 10월말 이전의 6주 동안 저장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천연가스 가격상승을 부추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저장상황은 더욱 열악하였는데, 뉴멕시코의 엘파소 파이프라인의 파열로 인해 남부 캘리포니아의 가스공급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발전소에서는 2000년 오염물질 배출허용규모를 일찌감치 소진함에 따라 타연료 사용이 제한되어 수급상황이 더욱 악화되게 되었다.

■ 2000년 상반기천연가스 시장 동향

2001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수요에 비해 높은 신규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천연가스 가격이 상당히 낮아졌고, 저장물량도 예상했던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현물시장의 가스가격은 최근 월평균 백만Btu당 5달러를 훨씬 상회하던 수준에서 급격히 하락하여 6월 중순 이후 3달러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고, 루이지애나에 있는 대표적 현물시장인 Henry Hub의 가격은 7월 중순 현재 3달러10센트 내지 3달러20센트에서 결정되있다.

이렇게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한 이유로는 미국 전역에 걸친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와 산업용과 발전용의 수요감소, 가스생산량 증가를 들 수 있다. 많은 발전회사들이 높은 천연가스가격으로 인해 발전연료를 천연가스에서 다른 연료로 전환하였는데, 2001년 상반기 동안 발전용 가스의 수요는 전년 동기에 비해 평균 8.3%나 감소하였다.

산업용 가스수요는 올해 초 4개월 동안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5월에 들어 가스가격이 하락하여 가스와 연료유와의 가격차이가 좁아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천연가스발전을 많이 하는 지역의 7월과 8월 기온이 높을 경우, 냉방용 가스물량과 저장수요 간의 경쟁으로 인해 가스가격이 다소 오를 수는 있으나, 현저한 하절기 가격상승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EIA는 전망하고 있다. 주요 현물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12월과 금년 1월의 기록적인 급등 이후 반전되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금년 5월까지 타지역 현물시장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스가격이 형성되었던 남부 캘리포니아지역에서의 가스가격마저 전국 평균에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의 가스의 공급증가세가 수요증가세를 상회하는 상황과 더불어, 저장물량의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저장수준은 지난 5년간의 평균치에 비해 33%까지 하락했던 3월을 기점으로 회복하기 시작하여, 6월에는 5년 평균치를 5%나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 텍사스 지역의 올 여름 기온이 예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1999년 이후 설치된 가스발전설비가 기존 설비의 평균보다 효율적이며, 캘리포니아를 위시하여 다른 지역의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근거로 올 하절기 가스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2000~2002년 천연가스가격 단기 전망

지난 해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높은 경제성장에 기인하여 5%의 증가를 보인 반면, 2001년에는 경제성장의 둔화와 높은 가스가격으로 인한 수요위축, 온화한 기후요소로 인해 가스수요 증가는 1.6%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2000년 대비 자국내 가스생산은 2001년에 3.6%, 2002년에는 2.9%가 증가할 것이며, 천연가스의 순 수입도 2001년과 2002년에 각기 6%와 10%의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 상반기 중 전년수요에 비해 감소추세를 보였던 산업용과 발전용 가스수요는 낮은 가스가격과 신규 가스발전설비의 수요로 인해 10월 이후 즈음에는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산업용 수요는 지난 5월 가스가격이 백만Btu당 5달러로 낮아지면서 연료유에 빼앗겼던 수요를 되찾으며 증가세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EIA에서 발표한 7월 단기전망에 의하면 올해 3/4분기의 평균 가스정 가격은 백만Btu당 3달러40센트 수준이며, 올해 평균 가스정 가격은 4달러50센트로 추정하고, 2002년에는 평균 3달러50센트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도현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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