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국내 고압가스시장에는 지난 3월부터 때아닌 탄산 공급부족현상이 일어나 점점 심화하고 있다. 이번 탄산 수급대란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폭발사고 영향도 적지 않지만 코로나19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탄산(CO2)은 주로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제조공정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의 가동률에 따라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지난 2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수요도 급감하고 있어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사들이 잇따라 오버훌에 들어간 것이 원료탄산의 발생량을 줄어든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정마다 비대면 쇼핑이 크게 늘면서 식품을 택배로 받는 사례가 늘어나 드라이아이스(D/I)의 수요가 폭증한 것 또한 원료탄산의 공급부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원료탄산의 발생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액체탄산을 이용해 제조하는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탄산의 공급부족현상에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최악의 탄산 공급부족으로 인해 액체탄산의 몸값을 올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고압가스충전업체들도 울상이다.

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사의 가동률 저하로 원료탄산의 발생량이 줄어드는 실정이어서 제조원가까지 상승, 탄산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액체탄산보다 드라이아이스의 부가가치가 높아 부족한 액체탄산으로 드라이아이스까지 만들고 있어 이번 수급대란은 올 가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고압가스시장에서 탄산가격이 하루게 다르게 치솟고 있으며, 일부 사업자들은 다른 가스와 함께 끼워파는 등 탄산이 경영실적 개선의 수단이 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급감하는 시점에서 탄산수요처를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하면 과연 올려주겠느냐”면서 “이처럼 탄산수요처들의 경영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가격을 올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산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탄산의 공급부족현상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어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당분간 드라이아이스의 제조를 줄이는 등 고육지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드라이아이스는 얼음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액체탄산은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을 엄격하게 살펴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