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쿼드(Quad) 동맹 결성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2011년에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태평양 회귀정책(a pivot to the Pacific)’을 선언했을 때,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가시화됐다. 2018년 10월 허드슨연구소에서 펜스 미 부통령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맞이할 것이다(By God’s grace, America and China 
will meet that future together.)’라고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사실상 미·중간 싸움을 공식화 했다. 온 세상을 휘저어 놓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싸움의 매개체나 다름없다. 미·중간의 첨예한 갈등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고 백신 개발로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났을 때 우리가 맞을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은 ‘공정하고 호혜적이며 주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중국’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중국 정책에 따라 중국은 내부적으로 분열되거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계질서에 적응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WTO가입을 통해 글로벌리즘의 수혜자로 경제성장을 구가하였으나, 최근에 쿼드동맹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글로벌리즘의 종말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리즘은 인류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석유시대의 전성기를 대변한다. 쿼드 동맹 결성과 글로벌리즘의 몰락이 석유시대의 쇠퇴와 겹쳐 보이는 까닭은, 공교롭게도 쿼드가 천연가스 수급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시너지를 추구할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쿼드 국가 가운데 미국은 천연가스 최대생산국(9510억 입방미터, 2019년)이자 세계 3위의 LNG수출국(475억 입방미터 수출)이고, 호주는 세계 7위의 천연가스 생산국(1535입방미터(2019년)이면서 세계 2위의 LNG수출국(1047억 입방미터)이다. 반면에, 일본은 LNG 최대수입국(1032억 입방미터)이고, 인도는 세계4위 수입국(326억 입방미터)이다. 천연가스의 국제적인 수급을 보면 쿼드는 중국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LNG를 매개로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상호이익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전과 관련해서도 쿼드 국가들은 서로 협력이 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은 차세대 원전건설을 도모하고 있으며,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비중을 20%로 확대하려 하고, 인도는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의 3%에서 25%로 늘리려 하는 등 호주를 제외한 쿼드국가는 친원전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무기와 에너지는, 국가 안보를 담보하는 수단이므로 경제논리로만 거래되지 않는 품목이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1차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안보와 국익도모 차원에서 우리의 에너지 수급안정을 도모할 국제정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세기적 국제정치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는 세계 3위의 LNG수입국이자 자유민주진영에서 원전건설의 실질적인 리더인 우리의 입장을 살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박사께서 제안하신 ‘쿼드 플러스를 넘어 아예 5개국 펜타 동맹을 제안하자’는 탁견이 실현되길 소망한다. 우리가 대중국 쿼드동맹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중간 각축의 영향으로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조만간 한반도의 에너지 수급체계 구축은 우리의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북한지역에 미래 지향적인 수소경제의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 수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우리 자신의 자본과 기술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를 실행하자면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면서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동맹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위해 쿼드 동맹에 주목해야 할 필요불가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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