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국내 천연가스 시장은 한국가스공사 중심의 공급체계에서 민간 직수입사업자와 발전사업자의 LNG 직수입 진출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이미 그 변화는 멈출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도매시장을 보면 지난해 직수입사업자들이 수입한 LNG 공급량이 920만톤에 이른다. 이는 2019년 730만톤보다 190만톤이 증가했고, 국내 총 LNG 수입량 중 22%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LNG를 직수입하는 곳도 GS와 SK계열에서 공기업 및 민간발전사, 대용량 산업체까지 다양화되고 있고, 올해 10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가스공사의 국내 천연가스 공급량은 2019년 3359만톤에서 2020년 3236만톤으로 줄고 2025년에는 30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가스공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던 국내 LNG 도매시장이 제한적이지만 직수입사업자의 참여 확대로 변화를 맞았고, 이런 변화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소매시장인 도시가스업계에선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도매시장은 지각변동 중이고, 발전용 개별요금제까지 도입한 상황이다.

절박함이 변화 이끌고, 다가올 미래까지 개척

이런 변화의 중심은 SMP(계통연계가격)를 기반으로 한 전력시장 내에서 발전사간의 경쟁체제 때문이다. 보다 싼 원료공급만이 발전시장에서 사업자들의 수익창출이 보장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원료(LNG)를 공급받아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은 LNG 도매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여기에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변화를 갈망하는 발전시장에 도화선이 됐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변화의 중심에 선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과 함께 공기업의 전유물이었던 LNG 플랜트 건설과 운영, 직수입 노하우까지 취하는 등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사업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미래 먹거리 시장인 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까지 선점하고자 움직인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도 탄소중립이라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와 일치한다. 그 중심에 LNG 도매시장의 변화를 이끈 그들이 또 다시 주축이 되어 다가올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도시가스업계 동참해야

▲ ① 제주지역에서 실증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P2G 시설

중부발전은 제주지역에 풍력발전과 P2G를 접목하는 그린수소 설비를 갖췄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운전에 들어갔다. P2G는 잉여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액화 및 저장, 운반까지 가능한 영역으로 도시가스사와 아주 밀접한 분야이다.<사진①>

한화에너지(49%)와 한국동서발전(35%), 두산(10%)이 공동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대산그린에너지의 경우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 이미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 ② 대산연료전지발전설비의 전경. 부생수소를 활용한 50.16㎿급의 수소연료전지설비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존 연료전지발전설비와 달리 인근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온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40만MWh로,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사진②>

향후 블루오션으로 떠 오를 수소연료전지 분야도 이미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150GW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자체들도 그린뉴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수소시범도시 울산시는 ‘수소 복합허브’ 도시로, 제주도는 풍력과 결합한 P2G 기반의 그린수소 도시로, 창원시는 스마트 수소도시를 꾀하는 등 그 중심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수소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 종합에너지를 표방한 도시가스사의 참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지역 에너지기업을 강조해 온 회사조차도 지자체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미래 수송용 시장을 선도 할 수소차 산업에서도 도시가스사의 참여는 손꼽을 정도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도시가스업계는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참여를 여전히 꺼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사업에는 도시가스사가 빠진 채 정부 주도의 특수목적법인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 ③ 충북도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추진.

정부는 올해 수소차 1만5185대, 전기차 12만1000대를 보급하겠다고 한다. 이중 수소차의 경우 승용차는 1만5000대, 수소버스는 180대, 화물 5대를 각각 보급한다. 이를 위한 기반시설도 2022년까지 전국에 31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 목표다. <사진③>

향후 수소차 영역은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로 확대될 것이며, 한 걸음 나아가 고속버스와 수소 트럭까지 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런 변화에 도시가스업계만 빠진 셈이다.

또 급부상되고 있는 ‘그린뉴딜’ 사업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을 해결하고, 미래성장 가능한 신에너지와의 융복합을 통한 효율성 높은 에너지공급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가스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고, 반드시 가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가스업계는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그린뉴딜’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작 도시가스업계는 10년째 저성장(평균 0.92%)이라는 암울한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더 이상 변화를 미룬다면 업계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새롭게 시작

도시가스업계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가스산업과 접목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선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정용 수요에 대한 영업전략을 새롭게 기획하고, 연령별, 주거별, 세대별 소비특성을 분석한 후 맞춤형 가스소비 증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전기처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가스 콘센트 대중화’ 프로젝트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스기기의 설치 한계점을 보완하고, 가스기기 제품의 다양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급한 과제로는 가스기기 제조업계와 공조 협력체계를 통해 가스기기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도 단행돼야 한다.

한국보다 먼저 전기와 가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가스기기 제조업계와 도시가스업계 간의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품설계에서 생산 그리고 공급 및 유지관리까지 공조한다. 벤치마킹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관련 업계와 공조한다면 전기로부터 잠식당하는 도시가스 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新 성장동력으로 전략적 프로젝트 추진

▲ ④가정용 연료전지_1Kw급의 GS퓨어셀과 퓨얼셀파워

천연가스(LNG)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돕는 ‘브리지’ 연료로서 역할을 견고히 하려면 반드시 그린뉴딜 분야와 공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 역할자로 수소연료전지를 꼽힌다. <사진④>

이에 도시가스업계는 ‘주택용 연료전지 100만호 보급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수소연료전지 제조사와 협업 또한 필수이며, 정부의 분산전원(150GW) 보급정책에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을 반드시 포함 시키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꾀해야 할 것이다. 또 지난해 말 제도개선으로 주택용 태양광의 잉여전력도 이젠 상계거래(현금정산)가 가능해졌고, 이를 토대로 주택용 연료전지의 잉여전력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미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도시가스업계와 연료전지 제조업계 간의 공조 체계 구축은 필수이다.

▲ ⑤미코의 2KW급 SOFC 연료전지

이를 발판으로 분산전원의 대표 격인 ‘건물용 연료전지발전 1GW 보급사업’ 도 도시가스업계가 추진해야 할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연료전지가 신에너지인 만큼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이 크다.<사진⑤>

특히 건물용 연료전지는 자가열병합발전의 빈자리를 채워 줄 대안으로도 충분하고, 특히 비상발전부문을 안정적으로 대처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대기환경개선이라는 정부의 환경정책에도 부합된다.

이외 바이오가스 역시 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비록 수익성 문제로 활성화가 어렵지만 그린 수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그린가스인 바이오가스에 대한 재평가도 분명 논의돼야 한다. 이에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연료전지발전,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시스템 등도 주목해야 할 분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도시가스사의 개별 마케팅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 개발에 따른 수요증가도 한계에 도달했다.

통신업계처럼 뺏고, 빼앗기는 쟁탈구조가 아닌 만큼 도시가스업계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합되는 뉴딜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대세인 미래에는 화석연료인 도시가스가 퇴출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도시가스업계가 급변하는 에너지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에너지 분야의 뉴딜을 추진한다면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변회를 외면한다면 머지않아 전기로부터의 가혹할 만큼의 위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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