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설비를 통해 제조된 드라이아이스가 컨베이어시스템을 통해 이송되고 있다.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New Deal)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고압가스업계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보인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두 개의 축으로 추진하고 또 고용 및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국비 투입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특집호를 발간함에 있어서 이 같은 국가정책에 발맞춰 ‘한국판 뉴딜과 가스업계의 생존전략’이란 주제로 도시가스, LPG, 가스안전 등 총 7개의 분야별 공통기획을 마련, 보도한다.

이에 따라 고압가스분야는 최근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에 부합하는 이산화탄소(CO2) 감축 등에 대해 살펴보고, 최근 각광 받는 아이템으로 알려진 ‘탄산과 드라이아이스’를 선정,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관련 시장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 부직포로 포장되는 드라아이이스.

지난해 국내 탄산업계는 지독한 수급 대란을 겪었다. 용접, 열처리, 주물, 식음료, 수처리, 포장, 의료, 농업, 반도체, 소화약제 등 수많은 곳에 쓰이는 탄산이 부족해 산업현장마다 셧다운 될 지경이었다.

이처럼 매우 다양한 곳에 사용하는 탄산이 부족해 일부 공장에서는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쓰는 조선사와 택배관련 회사에서는 셀프수입을 하기에 이르렀다.

탄산은 세정효과가 뛰어나 각종 기계의 묶은 때 청소, 의류의 드라이클리닝, 침구류 살균·소독 등에 쓰이며 특히 최근에는 고순도로 정제해 반도체 웨이퍼 세정용으로 대량 납품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탄산(H2CO3)은 이산화탄소(CO2)가 물에 녹아 생기는 산으로 수용액으로 존재한다. 우리의 생활 주변이나 산업현장에서 매우 밀접하게 사용하면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산화탄소라 함은 온실가스로 지목받으며 어디를 가나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탄산음료의 경우 많이 마시면 건강을 해친다고 하는 등 탄산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형국이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탄산이 아니라 설탕물인 데도 말이다.

 

▲ 아이스크림케이크 상자의 부직포에 담겨진 드라이아이스.

탄산은 온실가스라고 하나 

산업에 쓰이는 소중한 소재

최근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즉, 탄산을 잘 활용하면 정부의 뉴딜정책에 부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통해 탄산을 산업현장에 공급,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온실가스로 날려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료탄산은 울산, 여수, 서산, 나주 등 석유화학단지가 산재한 곳의 석유화학플랜트에서 배관을 통해 공급받아 정제, 압축, 액화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이 가운데 선도화학, 신비오켐, 동광화학 등 몇몇 탄산메이커들은 수급 안정화를 기하기 위해 서둘러 원료공급처를 확보, 탄산플랜트를 증설하고 있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선박의 용접에 쓰이는 탄산이 부족해 애를 태우던 남부지역의 한 조선사가 급히 중국에서 액체탄산을 수입하는 등 탄산의 수급 대란은 매우 심각했다. 또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는 드라이아이스를 수입했으며, 최근에는 아예 드라이아이스 생산설비를 들여놓고 직접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탄산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드라이아이스를 수출하는 등 탄산이 남아돌았는데 갑자기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폭증,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해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 석유화학플랜트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유지보수기간이 길어지면 원료탄산의 발생량도 크게 줄어드는 데 정부와 업계 등이 탄산의 수급관리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급 대란으로 공장가동 속출 

중국서 탄산·D/I 수입하기도

탄산은 또 다른 모양 즉, 드라이아이스(D/I)로 변신해 전혀 새로운 시장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드라이아이스는 탄산을 –79.8℃로 냉각 및 압축해 생산하는 것으로 식품 등의 보냉·보존, 급속냉각제 등에 사용한다.

특히 지난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이 급증함에 따라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기존의 빙과류를 운송하는 냉동탑차나 베스킨라빈스 등 아이스크림점 외에도 쿠팡, 마켓컬리, CJ대한통운, 롯데제과 등 택배회사에서의 수요가 급증해 그야말로 이 시장은 지난해부터 갑자기 급팽창하는 분위기다.

현재도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덕양, 동광화학 등의 탄산메이커들이 드라이아이스를 생산, 공급하고 있으나 한때 베스킨라빈스 등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에서 직접 배송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FMS, 에코보보스 등의 신생업체가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드라이아이스는 자연적으로 승화돼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특성과 함께 이 같은 배송체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한 상태다.

 

e커머스시장 등 폭발적 증가

드라이아이스 수요 상승곡선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이아이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납품하는 추세다. 비교적 작은 크기로 만든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많아져 가스켐테크놀로지, 단일가스켐, 신창 등 고압가스충전업체와 대덕로지스틱 등이 소규모 생산설비를 들여놓고 제조, 납품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덕로지스틱, 신창 등은 CO2 회수 및 포집설비를 갖춰 생산효율 및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드라이아이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모바일 쇼핑 비중이 급증하는 등 앞으로도 e커머스시장이 커져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또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량도 증가함으로써 드라이아이스시장은 당분간 큰 폭으로 팽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드라이아이스시장을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드라이아이스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스라엘, 호주, 대만, 오스트리아, 중국, 독일, 홍콩, 베트남, 미국 등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드라이아이스가 60%를 차지했다.

 

▲ 새벽배송돼 온 신선식품의 보냉을 위해 넣었던 드라이아이스봉지.

드라이아이스 가격 크게 올라

케이크에 넣는 D/I의 양 줄어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일본은 원료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제조설비 신증설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탄산과 드라이아이스 생산설비의 신증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할지 모른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주문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너무 적게 넣어 아이스크림케이크의 품질을 보장해 주는 시간이 30분에 불과하다. 아이스크림점 직원이 고객들에게 “30분 내에 꼭 드세요”라고 일러둔다는 것이다.

드라이아이스 수급이 원활할 때는 2시간까지 보장했으나 최근 드라이아이스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직포에 들어 있는 드라이아이스 봉지가 엄청 작아진 것이다. 드라이아이스봉지 2개를 넣던 것을 최근에는 1개만 넣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드라이아이스시장은 원료인 액체탄산을 가진 탄산메이커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들의 직납이 늘어나 기존의 드라이아이스 판매사업자들의 영역은 점차 위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식품의 고급화 추세 및 택배산업의 발달로 인해 드라이아이스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은 매우 분명해졌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부직포에 담은 소포장 드라이아이스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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