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業 잇는 가스인들

가스산업을 일군 1세대 가스인들에 이어 2세들이 합류하여 경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욱이 LPG산업은 각종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속속 참여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가업을 잇는 사업자들을 찾아가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크로바에너지 김주홍 대표이사와 김창환 회장
크로바에너지 김주홍 대표이사와 김창환 회장

[가스신문 = 김재형 기자]  인천시 연수구 청량로에 본사를 둔 크로바에너지는 LPG판매업소 및 벌크판매업소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지난 30여 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김창환 회장(60)과 함께 그의 장남 김주홍 대표이사(32)가 프로판유통업계에 새로운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창환 회장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기업인으로서 본인만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성실함과 신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980년 충전소에 입사 후 1994년에 LPG판매업소를 운영하게 된 것도 당시 저의 성실함을 주변 분들이 좋게 봐주셨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LPG판매업소를 인수할 자금이 부족했으나 본인의 성실함 하나만 믿고 덜컥 판매업소를 인계해 준 은사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그 이후 김창환 회장은 본인만의 성실함과 믿음 경영으로 회사를 발전시켰다.

회사의 성장을 옆에서 바라본 김주홍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성실함을 가장 먼저 배우고 싶습니다. 현재도 아버지는 수첩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면서 모든 일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심지어 잠자기 전까지 메모하고 깨어서도 메모하며 일이 해결될 때까지 노력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많은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창환 회장은 경영수업을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벌크허가만 내주고 김주홍 대표에서 경영을 맡긴 것이다. 말 그대로 물량이 하나도 없는 벌크회사를 운영하려니 김주홍 대표는 앞길이 막막했다. 어려움도 컸지만 하나둘씩 거래처를 늘려나가 이제는 어느정도의 물량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홍 대표는 “만약 이윤이 발생하는 회사를 인계받아 쉽게 운영했으면 지금처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크로바에너지는 인천시,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등 13개 사업장에 100여 명이 근무할 만큼 사세가 커졌다. 앞으로 전라도, 제주도까지 판매점을 확보해서 전국 체인점에 도전하고 싶은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 6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믿음 경영과 선진화된 시스템 구축에 앞장섰다. 예를 들어 월말 결산 보고가 상당히 늦어졌는데 이를 혁신해 매월 1~2일에는 전달 실적을 보고받는다. 그는 본인이 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회사 임직원들 간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회사를 지속 성장시켰다.

김창환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게 안전이고 고객에게 신속하게 대응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그동안 회사가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와 인프라를 활용해서 일상 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주홍 대표는 “회사는 LPG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에너지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미래도 대비해야 합니다. 회사에는 아버지와 함께 3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도 있고 저처럼 30~40대 인력도 있습니다. 누구나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소속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주홍 대표가 있음으로 인해서 젊은 직원들과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스스럼없이 업무적인 얘기도 하고 하나의 공통 사안이 생기면 때로는 친구처럼 어울리기도 한다. 고질적인 인력난에도 불구 임직원 평균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미래가 밝은 것이다.

김 회장은 “회사를 자전거에 비유하면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밟는 페달 속도는 조금씩 늦어지고 있지요.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알려주면서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라며 회사 임직원들이 엉뚱한 제안을 할 때 오히려 반갑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주홍 대표는 “잘못하고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서 멀리서 지켜봐 주셔서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당장 힘들지라도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창환 회장은 평소에 사람 관계를 중요시한다. 그는 “필요할 때 찾아가지 말고 상대에게 준 만큼 받아 가려고 하지 말라”라며 김주홍 대표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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