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① 탄산시장의 이상기류 어디에서 왔나 

 ② CCU사업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③ 공급부족 땐 반도체 직격탄…대안은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탄산업계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공급부족으로 인해 때때로 난리를 겪어야 했다.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많은 여름철에는 액화탄산이 더욱 부족해 탄산을 구할 수 없었던 사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사업을 통해 원료탄산을 받아 정제한 제품이 지난해 말부터 시장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탄산시장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드라이아이스 비수기인 겨울철인데다 액화탄산의 공급이 부쩍 늘어나면서 가격체계가 붕괴하는 등 탄산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탄산업계에서는 수급 문제가 시장의 기능에 의해 어느 정도의 사이클을 타고 잠시나마 균형을 이룰 수 있겠지만 반복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공급부족 및 공급과잉으로 인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탄산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에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탄산의 수급불균형 해소가 우리나라 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 매우 절실하다고 보고, 탄산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현안 등에 대해 취재, 격주로 총 3회에 걸쳐 그 원인과 대책까지 보도하고자 한다.

탄산플랜트 건설현장. 대규모 저장탱크를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있다.
탄산플랜트 건설현장. 대규모 저장탱크를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있다.

요즘 국내 탄산시장은 정부 차원의 CCU 지원사업을 통해 나오는 액화탄산의 영향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원료탄산이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앞으로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철이라 액화탄산이 남아도는 판인데 지난해 말부터 충남 서산, 전북 군산 등지의 신규 탄산플랜트가 잇따라 준공, 가동되면서 액화탄산의 시장 유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시장 질서가 순식간에 붕괴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등 과거에도 탄산의 파동은 여름철에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세정용 특수가스로 대량으로 사용하고, 특히 신선식품 등의 유통에 고체탄산인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여름철마다 급격하게 늘어나 수급 대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여기에 원료탄산의 주요 공급처인 석유화학 및 정유사의 플랜트 유지보수가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기 일쑤여서 여름철 공급부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 같은 수급 대란을 해마다 겪은 기존의 탄산메이커들부터 서둘러 탄산플랜트 신증설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에는 선도화학, 어프로티움, 태경케미컬, 창신화학, 유진화학, 동광화학,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신비오켐(신일가스), 한국특수가스 등의 업체들이 각각 울산, 전남 여수 및 나주, 충남 서산 등지에서 액화탄산을 제조, 공급해왔다.

수년간 수급 대란이 이어지자 울산의 동광화학과 어프로티움이 지난해 탄산플랜트를 각각 준공, 가동함으로써 공급부족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충남 서산에 신규플랜트를 준공한 신비오케미컬(신일가스)의 경우 수요가 적은 겨울에 물량이 나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탄산시장은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드라이아이스도 비수기여서 공급과잉의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탄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과잉에 기름을 부은 것이 CCU를 통해 나오는 탄산 제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탄소중립 2050’과 같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CCU 및 CCUS 관련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제조원가의 개념이 없는 제품이 나돌면서 탄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SGC에너지(주)는 CCU사업을 통해 전북 군산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산을 포집, 산업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액화탄산을 제조하고 있으며, 정부가 설비투자 지원 명목으로 60억원을 지원하면서 CCU설비를 친환경설비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SGC에너지가 수도권 소재의 드라이아이스전문공급업체인 B사와 탄산공급계약을 맺고 액화탄산 전량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판매를 제3자에 맡겨 유통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는 주체가 어느 곳인지 알아채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어 탄산업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B사가 일시적으로 할인 판매함으로써 탄산업계로부터 시장 질서를 흩트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산의 (주)대흥CCU 또한 전북 군산에서 CCU사업을 통해 얻은 탄산을 염가로 판매해 고압가스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군산의 한 신규 탄산메이커가 영업을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드라이아이스 전문제조업체 등에 액화탄산 판매를 위탁하는 등 시장 질서를 고려하지 않는 점이 시장에서 더욱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순된 유통구조 때문에 향후 탄산의 수급 대란이 재현될 때는 탄산 수요처들은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탄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CCU를 통한 액화탄산 제조 및 판매사업의 취지는 매우 바람직 것 아니냐”면서 “다만 탄산시장의 특성상 계절적인 요인이 있어 수급불균형을 초래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CCU를 통해 나오는 액화탄산은 기존의 시장에는 없던 이상기류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소가 있을 경우 탄산 수요처들은 향후 수급 대란이 나타날 때 공급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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