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① 탄산시장의 이상기류 어디에서 왔나 

 ② CCU사업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③ 공급부족 땐 반도체 직격탄…대안은

CCU를 통해 얻은 원료탄산을 냉각 및 압축해 액화탄산으로 제조하는 플랜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CCU를 통해 얻은 원료탄산을 냉각 및 압축해 액화탄산으로 제조하는 플랜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요즘 국내 탄산업계는 지난해 여름 수급 대란을 겪은 것과 달리 물량이 남아돌아 플랜트 가동률까지 크게 줄이는 상황이다. 그동안에는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에서 나온 원료탄산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CCU(탄소 포집 및 활용) 사업을 통한 원료탄산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급과잉의 양상과 함께 가격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탄산시장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정부의 CCU 지원사업에 대해 정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발전,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등의 기업들이 펼치는 CCU 사업이 탄소 배출량을 실제 어느 정도 감축했다는 직접적인 근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CCU 사업은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의미는 있으나 재활용 과정에서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CCU 사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나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탄소중립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CO₂를 안전하게 격리하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이 최적의 대안으로 꼽았다.

그래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수소경제 활성화 등과 같은 CO₂배출 저감의 노력뿐 아니라 불가피하게 배출된 CO₂를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의 적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산업 전반에 걸쳐 배출되는 CO₂를 포집, 땅속에 처리하는 CCUS를 통해 CO₂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CCUS의 경우 CO₂의 활용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블루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자원순환 등 미래 다양한 감축 수단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CCU 관련 업체들은 CCU 기술이 CO₂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유용한 자원으로 인식,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로 평가하고 있으며, CCS와 다른 방식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CCU 기술을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보고, R&D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성 연계, 세제 혜택 등 CCU 기술의 보급 및 현장 적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CCU를 신규 사업으로 인식, 수익 창출의 기대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탄산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CCU를 통해 제조한 CO₂의 경우 용접을 비롯해 반도체공정용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재사용 되나 결국 하늘로 날아가므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면서 “단순히 CCU에 그치지 말고 CCUS로 이어져야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제성장 등을 고려할 때 CO₂, H₂ 등 석유화학 기반의 제품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전 세계 각국의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의 노력에 따라 우리나라도 석유화학 기반의 원료탄산 등의 공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탄소의 포집 및 활용이 저장보다 용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집한 CO₂는 음료, 반도체 세정, 용접, 드라이아이스 등의 산업에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집한 CO₂를 액체상태로 변환,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을 이용해 땅 또는 바다에 주입, 저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주로 가스나 석유를 채굴하고 남은 폐가스전, 폐유전 등에 저장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에서 CCU 사업을 통해 산업현장에 유용한 제품(CO₂)을 가장 먼저 생산하는 곳은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다. 한국특수가스가 보령화력본부의 습식 CO₂포집 플랜트를 위탁 운영하면서 하루 150톤의 액화탄산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현재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를 하는 중이다.

이어 SGC에너지와 대흥CCU가 지난해 말 각각 하루 300톤 및 120톤의 생산능력을 지닌 플랜트를 가동하면서 CCU를 통해 나오는 탄산이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며 정부의 CCU 사업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SGC에너지의 경우 기존의 주력사업인 집단에너지사업을 영위하면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CCU 사업을 추진, 액화탄산을 제조하고 있다. 여기서 제조한 액체탄산을 별도의 회사와 공급계약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가 탄산플랜트 구축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총 570억이며, 이 가운데 60억원은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지난 2022년 환경부가 탄소중립지원사업에서 CCU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인정해 설비투자 지원의 명목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미미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CO₂포집기술을 확보한 대흥CCU는 OCI SE 열병합발전소의 배출가스 중 CO₂를 포집·저장해 판매하고 있다. 또 대흥CCU의 지분 65%을 인수한 제이아이테크는 CO₂를 반도체시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흥CCU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자체 설계한 탄소 포집 플랜트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플랜트를 직접 제작·설계·시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탄산 비수기인 겨울에 물량이 넘쳐나다 보니 가격까지 크게 흔들려 탄산업계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탄산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의 CCU 사업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정부의 ‘탄소중립 2050’의 취지에 맞게 CCU 사업보다 CCUS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CCU 사업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CO₂플랜트가 자주 고장이 난다는 것”이라며 “여름철마다 탄산 공급부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량 보장이므로 이러한 맹점은 향후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반도체 경기 위축과 드라이아이스 비수기인 겨울철이 맞물려 물량이 남아도는 가운데 CCU 사업을 통해 액화탄산이 탄산시장에 대량 유입되자 일부 탄산제조업체들이 플랜트를 50~60%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탄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그린수소로 가는 과정에서도 CO₂가 많이 발생한다며 남아도는 CO₂로 인해 탄산시장이 멍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CCU가 탄소 배출량 감축과 관련한 실효성에 이견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고 하루속히 정책 방향을 CCUS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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