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① 운반비 적용 시급한 기체산소 약가

② 일본 등 해외의 기체산소 약가체계

③ 왜곡된 약가체계 개편은 정부의 몫

의료용산소용기에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제조 및 품질관리를 해야 할 것이 많은 기체산소는의 보험약가를 대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용산소용기에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제조 및 품질관리를 해야 할 것이 많은 기체산소는의 보험약가를 대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183℃ 이하에서 액화한 산소(O₂)는 기화하면서 그 몸집을 840배로 키운다. 같은 산소의 성분이지만 부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제품을 우리나라는 산소 성분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인정해 같은 보험약가를 적용함으로써 모순덩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액화산소를 기체산소로 환산한 가격을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고압으로 충전한 기체산소의 보험약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는 액체산소의 보험약가와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차별화하는 등 매우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액체산소는 저장 및 운반이 편리해 현행 보험약가에 근접돼 있으나 기체산소의 경우 펌프 등을 이용해 고압용기에 개별 충전하고 성분분석까지 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보험약가가 너무 낮다는 게 의료용가스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개별포장하는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현실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들의 함소흡입제로 사용하는 산소의 원재료는 액체산소이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제품은 기체산소다.

액체산소는 대형 탱크로리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기에 주로 대형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공급하며, 성분분석 등의 절차도 간소한 편이다.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은 요양병원 등에는 저장탱크를 설치하지 않고 초저온용기를 통해 액체산소를 공급하는 곳도 많다. 물론 대형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탱크로리 및 초저온용기를 통해 액체산소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기화기, 배관, 레귤레이터 등을 거쳐 이용하는 것은 결국 기체산소다.

어려운 환자가 더 비싼 가스 쓰는 셈

이에 반해 내용적 40ℓ, 4.6ℓ 등 다양한 규모의 고압용기에 충전하는 과정이 필요한 기체산소는 소규모 병·의원이나, 호흡기 환자가 거주하는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환자들이 더 비싼 제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의료용가스공급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의료용고압가스에 대해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용으로 인해 분석장치 등에 대한 투자,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등의 부담이 대폭 늘어나 적정이윤을 남길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이 모든 것이 액체산소와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며, 특히 액체산소에 비해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용가스업계에서는 의료용산소와 관련한 우리나라 보험약가체계가 매우 불합리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액체산소가 기체산소로 변환될 때 부피가 무려 840배로 늘어나는 등 성상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2001년 당시 보험약가를 그냥 ‘기체산소 10ℓ에 10원’으로 정한 것이 화근이다. 그러다 보니 액체산소의 보험약가에는 큰 불만이 거의 없으나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는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공급방식 따라 보험약가 차별화 절실

일본의 경우 액체산소와 기체산소, 그리고 고압용기의 크기에 따라 차별화된 보험약가를 적용하는 등 합리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2020년 일반지역을 기준으로 초저온탱크로리(액체산소)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로 환산했을 때)의 보험약가가 16.7원, 초저온용기(액체산소)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기체로 환산했을 때)에 28.2원으로, 공급방식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고압용기를 통해 공급하는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는 더욱 높다. 내용적 40ℓ 규모(기체산소 6㎥ 충전)의 고압용기(내용적 40ℓ 내외)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의 보험약가는 37.0원, 그리고 내용적 10ℓ 이내(1.5㎥ 이내)의 기체산소를 충전할 수 있는 소형 고압용기를 통해 공급하는 산소 10ℓ의 보험약가는 무려 208.0원으로 정해 놓는 등 포장단위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지역이 아닌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공급할 때는 보험약가가 더욱 높아진다. 초저온저장탱크 25.6원/10ℓ, 초저온용기 41.4원/10ℓ, 내용적 40ℓ 규모의 고압용기 55.5원/10ℓ, 내용적 10ℓ 규모의 고압용기 277.7원/10ℓ 등으로 훨씬 높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보험약가는 우리나라 보험약가와 최대 25배 차이가 날 정도로 현실화돼 있고 2년 주기로 의료용가스업계를 대표해 정부(후생성)와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가 공급단가 협의를 통해 적절한 보험약가를 책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낙도, 폭설지역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차등 수가 방식을 적용해 운반비 상승에 따른 공급 회피를 제도적으로 보완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의료용가스 보험약가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1년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산소의 고시내용 변경에 따른 명세서 작성방법 등 안내’를 보면 기체산소 10ℓ에 10원을 받도록 명시해 놓았다.

2001년에 이어 지난 2022년 9월 의료용산소와 의료용아산화질소의 약제급여 상한금액(보험약가)이 무려 21년만에 처음으로 인상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제2022-199호)를 통해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일부 개정함으로써 의료용산소(함소흡입제) 10ℓ의 상한금액이 9원에서 11원으로 22.2% 인상했다.

여기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기체산소 내용적 40ℓ(6㎥) 규모의 고압용기를 6000ℓ로 봐 이를 기준으로 보험수가 기체산소 10ℓ에 11원을 적용하면 최고 66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불합리한 보험약가체계 싹 뜯어고쳐야

대량의 액체산소 공급과 함께 소량의 기체산소를 끼워 판매하는 경우 일부 최고가인 6600원만 받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액체산소 공급 없이 기체산소만 판매하는 경우라면 6600원이라는 가격으로는 도저히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비슷한 품질의 40ℓ 규모의 고압용기에 충전된 공업용 산소가 요즘 시장에서 2만~2만5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보험수가가 낮게 책정됐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의료용가스충전사업자는 “현재 40ℓ(6㎥) 규모의 고압용기에 충전된 기체산소의 가격이 6600원이라는 것은 보험약가가 매우 불합리하게 산정된 결과”라면서 “고압용기를 통한 가스는 제품의 제조원가보다 운반비, 인건비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용가스업계의 또 다른 사업자는 “무려 중량 55kg에 달하는 무거운 산소용기(내용적 40ℓ 규모)의 공병을 회수해 제조 및 품질관리를 거쳐 공급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도 산소가격이 66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커피 한 잔 값에 불과한 만큼 비현실적인 보험약가를 하루속히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도 액체산소를 기체로 변환, 압축산소로 제조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정부가 나서 고압용기를 통해 판매하는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하루속히 인상해야 한다며, 올해부터 보건복지부, 보험심사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도 우리나라 의료용가스의 보험약가체계가 크게 잘못돼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GMP를 철저히 준수해 출하하는 의료용산소의 제조원가를 고려, 특히 기체산소의 보험약가를 현실에 맞게 별도로 신설하는 등 상향 조정하면 의료용가스시장에서 가격 현실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외국에서는 인건비·자재값 상승, 전기요금 변동분 반영, 노후 부품 교체, 용기 대여비 등을 보험약가에 반영하는 등 원료비 연동제까지 도입,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가스와 관련한 정책 및 제도를 업계의 현실을 고려, 단계적으로 개선해 의료가스업계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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