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스공급자들 서슴지 않고 용기 훔쳐가

회사명 스프레이나 그라인더로 갈아치우기도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가스판매량까지 줄어들면서 국내 고압가스업계에 용기절도사건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부 가스사업자들은 수 년 동안 도난당한 용기가 수 백 개가 넘어섰다며 용기를 훔쳐간 자를 찾아 고발조치하겠다고 하는 등 용기절도사건이 최근 고압가스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고압가스판매사업자는 “6∼7㎥의 용기에 충전한 산소, 질소 등의 평균가격이 1만4000원도 채 되지 않는데 용기 1개를 잃어버리면 14만원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된다”면서 “가스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용기를 도난당하면 오히려 적자가 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제품의 가격보다 포장재가격이 10배나 높다보니 용기를 도난당하면 그야 말로 피땀흘려 지은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결과나 다름없다. 용기도난사건의 면면을 보면 우선 사업자들끼리 용기를 돌리고 돌리며 사용하는 매우 그릇된 유통관행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보는 가스용기를 잘 관리하면 가스안전을 더욱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시장안정화의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보고 고압용기도난에 따른 고압가스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혁신적인 개선방안은 없는지 이번 주부터 ①돌고 도는 용기, 잘못된 유통관행 바꾸자 ②타 업체의 용기에는 가스를 충전하지 말자 ③수요처에는 내가 구입한 용기로 공급하자 ④바코드, 전자칩 등 전산관리시스템 도입하자 ⑤용기도난 따른 대책 가스안전당국도 관심 갖자 등을 주제로 한 기획시리즈를 5회 연속 게재하고자 한다.

 

▲ 산업용가스시장에서 용기를 돌고 돌리며 사용하다보니 용기의 어깨부분에 스프레이 등으로 직전 회사명을 지우고 새롭게 공급하는 자신의 회사명을 써 납품함으로써 대부분의 용기가 누더기처럼 지저분한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고압용기에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수소, 헬륨, 혼합가스, 표준가스, 고순도가스 등 산업특수가스를 충전, 공급하는 국내 실린더가스시장의 유통실태를 보면 정말 무질서하기 짝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소나 질소 등 일반고압가스를 충전하는 신규 고압용기의 가격이 14만원씩이나 하는데 유통과정에서 이 용기를 몰래 바꿔가거나 훔쳐가는 행위를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특히 고순도가스, 표준가스 등을 충전하는 용기의 경우 용기 내면에 바렐연마 및 코팅을 하고 니켈크롬도금을 한 밸브(독성가스는 스테인리스재질의 다아어프램식)까지 부착하면 용기의 가격이 무려 5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이 용기 또한 시장에서 서슴지 않고 바꿔가거나 절도해가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충청지역에서 산업용가스 및 특수가스를 충전, 공급하는 한 사업자가 산업용 및 특수가스유통현장에서 용기절도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신날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사업자는 혼합가스, 표준가스, 고순도가스 등을 충전하는 용기의 경우 99.9999% 이상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용기의 내면을 청결하게 가공해야 하는데 가스수요처 등 가스공급현장에서 타 업체 종사자들이 이 고순도 특수가스용기를 가져가고 있으며 이 용기에 다른 성분의 가스를 충전하게 되면 용기가 오염돼 쓸 수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까닭에 특수가스를 취급하는 사업자들은 산업용가스시장에서 새 용기로 몰래 바꿔가는 것도 절도죄와 같은 범죄이고 타 공급자 소유의 용기에 무단으로 충전하는 것 또 범죄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 팔고도 용기 잃으면 ‘손실’

 

국내의 산업용가스 충전소나 판매업소에 가서 고압용기의 어깨부분을 보면 실린더가스시장의 유통구조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알 수 있다.

대부분 용기의 어깨부분에 고압가스공급업체의 회사명을 표기하는데 공급과정에서 용기가 돌고 돌기 때문에 타 공급업체 소유의 용기로 바꿔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 사업자들은 타 업체의 용기에 가스를 충전, 공급할 때마다 용기 외면과 같은 색깔의 스프레이로, 표기돼 있던 기존의 회사명을 지우고 자신의 회사명을 새겨 넣다보니 누더기처럼 지저분한 용기가 참 많다.

아무리 돌고 도는 것이 용기라지만 헌 용기를 두고 새 용기를 가져가는 등 매우 비양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가 허다하게 벌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처럼 타 공급업체 소유의 용기를 무단으로 바꿔가는 것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데 있다. 특히 충전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제조일자가 오래된 헌 용기를 두고 새 용기로 몰래 바꿔가는 것은 범죄행위로써 적발됐을 때는 절도죄를 적용,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가스사업자들끼리 용기를 돌리고 돌려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으며 그야말로 내 것, 네 것이 없어 ‘아무나 가져가면 임자’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인천의 한 고압가스판매업소가 액체가스를 충전, 보관 중이던 초저온용기 6개를 잃어버렸으며, 경기도 파주의 한 판매업소도 액체산소 초저온용기 2개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 경기도 시흥시에서 LPG용기를 절도해 구속된바 있고, 지난 2011년 경기도 파주지역에 있는 한 고물상에 고압용기 20여개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경기도 군포에 있는 한 충전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또 올해는 부산의 한 고압가스충전소는 일부 충전 및 판매업체와의 거래관계에서 대여된 자사 소유의 고압용기 중 무려 900여개가 분실돼 관련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형사고발할 방침을 알렸다.

 

도난방지 위해 별도의 각인도

특히 요즘 규모가 큰 일부 충전소들은 고압용기의 도난방지를 위해 용기의 어깨부분에 별도의 각인을 새겨 넣고 있다. 이들 충전소들은 이미 용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각인을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충남북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소에서는 회사의 마크를 용기에 펀칭으로 각인해 타 회사의 용기와 쉽게 식별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국적으로 산업용가스 공급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산업용가스충전업체는 용기의 목 부분에 영문으로 된 회사명을 양각으로 새겨 누가 봐도 어느 회사 소유의 용기인지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양각 처리된 용기 또한 몇몇 몰지각한 가스업계 종사자들이 그라인더로 갈아치우고 아무도 알 수 없도록 페인트칠을 한 후 자신의 회사명을 흰색 스프레이로 새겨 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가스유통시장에서 고압용기의 관리실태가 얼마나 엉터리로 이뤄지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자들 스스로 자신이 구입한 용기 외의 타 용기는 아예 취급하지 않아야 하며 실수로 섞어 들어왔더라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등 좋은 유통관행이 싹틀 수 있도록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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