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스 납품 못해 결국 수입가스 쓸 수밖에

관리하면 ‘안전성 제고·시장 안정화’ 일석이조

산업용가스를 납품하는 현장에서 용기가 바뀐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는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보가 그동안 네 차례의 연재를 통해 살펴본 결과 국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지 확연하게 파악됐다.

용기를 돌려가며 사용함으로써 고압가스업계에 나타난 폐해는 무엇보다 가스업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허물어트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구입한 용기의 경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등 정성을 다해 관리하는 반면 가스공급현장에서 새 용기와 바뀌어온 헌 용기에는 정이 가지 않으므로 안전관리도 소홀하게 된다.

남의 자식보다 내 자식에 마음이 쏠리는 등의 인지상정이 안전관리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가스안전당국이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용기의 안전관리, 가스의 품질관리 등의 측면에서도 가스수요처에는 자신이 구입한 용기에 가스를 충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성 향상을 위해 이러한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당연히 가스용기의 소유주체는 충전소든, 판매소든 가스를 납품하는 최종공급자이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가스사업자들의 견해다.

판매사업자가 충전소 또는 전문검사기관으로부터 용기를 빌려 쓸 경우 자신의 용기가 아니므로 용기관리를 엉망으로 할 확률이 더 높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고압가스업계 대다수 사업자들은 돈이 없으면 가스판매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있으며 가스판매업을 하려면 용기보관실, 사무실 등 가스판매시설을 갖춰 지자체로부터 적법하게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함은 물론 고압용기, 가스운반차량 등도 자신이 직접 투자해 가스를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가스판매업을 하기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한 사업자의 경우 안전관리도 잘 할뿐더러 가스시장에서 질서를 지키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한다”고 설명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등의 무허가사업자들은 가스사업에 대한 애착심이 적으므로 더 많은 가스사고에 노출돼 있으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가스업계 악의 축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기 소유는 가스공급자의  몫

이처럼 용기를 바꿔 쓰면 안전관리 측면에서 많은 허점이 나타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산업의 고도화 등 눈부신 발전과 함께 가스의 종류도 대폭 늘어났다. 특히 혼합가스, 고순도 및 초고순도가스, 표준가스, 반도체용 특수가스 등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각종 산업용가스의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강국, IT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많은 특수가스를 개발, 제조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의 특수가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활발한 R&D를 통해 특수가스를 개발, 제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청결한 용기에 담아 납품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가스라 할지라도 오염된 용기에 충전하면 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순도가 떨어지는 가스를 통해 제품을 제조하게 되면 불량이 많이 나는 등 그 제품의 품질까지 함께 떨어지게 되므로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등 국가발전의 큰 저해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용기관리를 못하면 좋은 가스를 납품할 수 없게 되므로 결국 값비싼 수입가스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특수고압가스공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순도 등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비싼 특수가스를 오염된 용기에 충전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타 업체 소유의 용기는 가져오지도 말고 충전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스충전 시 용기번호 적어야

미국, 일본 등의 선진외국에서는 상식적으로도 용기를 바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용기가 도난 당한 경우 가스사고로 집계하고 있다고 한다. 도난 당한 용기의 가스가 독성가스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일 국회 전순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법 일부개정령안에도 고압가스용기 추적관리를 위해 고압가스제조자가 용기에 고압가스를 충전하거나 고압가스판매자가 용기에 충전된 고압가스를 판매하고자 할 때에는 고압가스충전대장 또는 고압가스판매대장을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보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압가스를 충전할 때 용기제조자의 용기번호를 적는 등의 규정을 계도하고 잘 지켜야 할 것이다.

또 이미 정부에서는 독성가스용기의 관리를 위해 LBS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민간기업에서도 NFC태그를 이용해 용기의 이력을 관리하고 GPS로 용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용기추적시스템을 개발해 향후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압용기도 해당 소유업체의 자산이므로 가스공급자들이 앞장서 용기를 돌려 사용해서 안 된다는 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용기의 목 부분에 양각으로 각인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용기관리를 잘하면 안전성 향상은 물론 시장안정화까지 가져 올 수 있다. 특히 용기관리 문제는 국가경쟁력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공사, 각 지자체 등이 나서 높은 관심과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고 관리·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이 요구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