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김재형 기자] 지난 3월 26일 LPG자동차의 사용제한이 전면적으로 폐지되면서 일반인들도 누구나 LPG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규제 폐지로 LPG자동차의 등록대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LPG자동차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나타나는 각종 수치는 LPG업계가 사용제한 완화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LPG자동차 규제폐지 이후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LPG차 관련수치는 여전히 감소

국토교통부의 유종별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6월말 기준으로 휘발유차는 1077만6160대로 지난해 12월 말 1062만9296대보다 14만6864대 증가했다. SUV의 인기에 힘입어 경유차는 오랜 시간 폭증세를 유지했지만 보급이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경유차는 997만4649대가 운행되면서 상반기 동안 4만5112대 늘어나는데 그쳤다. LPG자동차의 경우 3월말 사용제한이 전면 폐지되면서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6월말 기준으로 LPG자동차는 201만3158대가 등록돼 지난해 12월 말 203만5403대보다 2만2245대 감소했다.

이처럼 LPG자동차의 등록대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수송용부탄시장의 침체도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동안 수송용 소비량은 148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154만1000톤보다 3.8% 감소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충전소 당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폐업 또는 휴업에 이르는 충전소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국 LPG충전소 운영현황에 따르면 2019년 7월말 기준으로 자동차충전소는 1755개소, 프로판·부탄 겸업은 191개소, 프로판충전소는 61개소로 총 2007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지난해 경영난 등의 이유로 폐업한 충전소는 18개소, 휴업은 11개소로 집계됐다.

10년 가까이 경쟁력 있는 LPG자동차가 출시되지 않은 결과, LPG자동차의 등록대수가 반등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규제 폐지 후 인기 차종 늘어

LPG자동차의 일반인 구매가 허용된 후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현대차의 쏘나타이다. 1월과 2월에 택시용으로 2524대, 2709대의 판매실적을 거뒀으나 기존 LF 쏘나타를 제외한 신형 DN8은 4월 1335대 판매에 이어 5월에는 3259대가 팔리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쏘나타 DN8 세대는 택시로 출시되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이 구입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르노삼성의 SM6 LPG모델은 3월까지 300~500대 판매되다가 규제개선 효과로 4월에 1090대로 판매량이 늘었으나 6월에는 다시 500대 수준에 머물렀다. 규제개선 효과로 판매량이 반짝 상승했으나 이내 제자리로 돌아선 것이다.

무엇보다 LPG용 RV로 유일하게 판매되는 르노삼성의 QM6도 6월 한 달 간 1408대를 판매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기존 RV차종이었던 카렌스와 올란도가 단종되면서 자칫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LPG자동차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시기적절하게 나온 르노삼성의 QM6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나마 유지됐다. 더욱이 르노삼성은 LPG업계와 손잡고 환형용기 개발과 각종 홍보활동에 나서는 등 LPG자동차 보급에 일등공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1톤 봉고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1월에는 판매량에 한 대도 없었는데 이후 3월부터 301대 판매를 시작으로 꾸준히 수요가 생기고 있다. 1톤 트럭의 경우 자칫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었으나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국가차원에서 LPG트럭 보급을 장려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작은 도약에 힘입어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 가운데 LPG자동차의 비율도 다소 증가하고 있다. 1월에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가 11만7959대였는데 LPG자동차는 7572대로 비율은 6.4%에 그쳤으나 6월에는 12만5445대 중 LPG차의 판매대수는 1만754대로 8.6%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되는 자동차 가운데 LPG자동차의 비율이 다소 늘어나는 것이 감지되면서 시간이 흐르면 전체 등록대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PG자동차는 연료비가 휘발유 대비 20~30% 저렴하고 환경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인지도만 확보하면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급 확대 위한 선택과 집중 필요

정부는 올해 3월 미세먼지 관련 5개 법률 제·개정법안을 의결하고 법 공포 후 4년이 지난 후부터는 권역 내에서 어린이 통학버스를 새롭게 운영하거나, 택배운송 사업을 시작하고, 기존 어린이 통학·택배운송차량을 교체하는 경우 등에는 경유차의 신규 사용을 제한했다. 일상생활 주변의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여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는 등 주민 건강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 같은 수요가 LPG자동차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LPG연료공급사를 비롯해 자동차사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실제 정부는 미세먼지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 통학용 LPG차량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800대 규모로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지원 규모가 총 1800대 규모가 늘고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됐다. 더욱이 이 사업은 물량이 조기에 소진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1톤 LPG트럭 구매보조 지원금이 올해 100억원(5000대)이 투입된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LPG화물차 신차구입 지원은 본예산 19억원에서 무려 81억원 추가돼 총 100억원이 배정됐다. 기존 950대에서 4050대가 늘어 총 5000대를 대상으로 1톤 LPG화물차 지원이 실시된다.

1톤 트럭 부문에서 LPG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1톤 트럭은 단거리 위주의 소형 화물을 운송하며 매년 15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차종이지만 99%가 경유를 사용하면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1톤 경유차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LPG트럭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번 아쉬운 것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르노삼성 등에서 LPG자동차 기술개발에 소홀히 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 적용된 3세대 직분사 엔진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3세대 LPG엔진도 LPG자동차의 냉시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연비를 높이는데 일조했으나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환호하는 경향이 커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다행히 국가핵심기술로 LPG자동차 직접분사 기술이 포함됐다. 4세대 엔진으로 일컬어지는 LPG직접분사 엔진은 LPG자동차의 인기가 시들해 지면서 기술개발도 상당히 지연됐으나 최근 LPG차 사용규제가 전면 폐지되고 기술개발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LPG직분사엔진은 2011년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경에는 4세대 엔진을 탑재한 LPG자동차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상용차출시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LPG직접분사 엔진은 탄화수소(THC),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출력은 휘발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친환경과 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유모델만 출시했던 쌍용차는 지난 5월부터 LPG를 겸용 튜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완성차 출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LPG차량 출시도 시급하지만 안정적인 LPG가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LPG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셀프충전이 이목을 끌고 있다. 부탄충전소(2030곳)는 일반 주유소(1만1579곳)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지만 최근 다양한 LPG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보급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충전소 확대가 시급하다. 셀프충전 허용 시 LPG운전자의 충전불편이 해소되고 충전소 운영비용 절감으로 가격인하효과가 발생해 LPG자동차 보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측하고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