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는 불산이 누출,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소방서는 무리하게 물로 진화에 나서면서 불산가스가 마을 전체로 확산, 결국 독성가스누출 사고로는 드물게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시 사고는 우리나라의 유해물질관리가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사고 이후 국무총리실은 환경부와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위험물질 취급사업자에 대한 특별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당시 불산누출사고는 국정감사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으며 국무총리실은 정부합동점검을 계기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법령 미비와 보완사항, 화학물질 관리체계 누락사항, 관리·감독 등 전반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환경부는 화학사고 대응·수습체계 구축과 화학사고 사전예방을 골자로 한 화학물질안전센터 신설과 전담조직 보강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요란스러운 특별점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도개선은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6개월간 유해화학물질 또는 독성가스누출 사고는 10여건에 이른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 3월 또 다시 구미에서 불산혼합액 누출, 염소 누출 등의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부정책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각각으로 나뉜 관리감독부처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리감독 일원화 효과는 실제 CNG버스 안전관리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만 하다.

초기 CNG버스관리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가스안전공사 등으로 보급과 검사, CNG용기검사 등이 분리돼 있었다.

이러던 중 2004년부터 매년 CNG용기 파열·누출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관련부처들은 불산사고처럼 대대적인 특별점검에 이어 안전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사고는 계속됐고 지난 2010년 8월 서울 도심에서 CNG버스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제서야 정부는 CNG버스 관리감독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CNG용기 재검사를 교통안전공단에 맡겼다. 그리고 서울 사고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단 1건의 사고도 재연되지 않았다. 중복된 검사기관보다는 일원화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가스사용시설은 검사기관이 중복되면서 오히려 가스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목포의 한 사우나에서는 폐가스가 실내로 유입, 수십명이 중독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형 사우나는 다중이용시설로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이와 유사한 시설에서의 가스중독사고는 2009년 이후 매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사용시설에서 가스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현행법상 가스보일러는 열량이 20만㎉를 초과하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하 에너지법)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이 담당하고 20만㎉ 이하는 가스안전공사의 검사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설이지만 규모에 따라 관리부처가 나뉘는 것이다.

그밖에 연동되어 사용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스누출경보기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가스경보차단장치는 한국가스안전공사로 검사권이 분리된 것도 문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서울 아현동 가스기지 폭발하고 등 대형 가스사고를 통해 제도가 정비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이제라도 불합리하고 제각각인 제도정비와 관리감독기관 일원화를 통해 대형 가스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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