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용가스업계에까지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신규수요처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수소, 헬륨, 특수가스 등 산업용가스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올해 들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신규수요창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라 여기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규수요 발굴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이루기 힘든 일이어서 좀처럼 빛나는 성과를 얻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신규수요창출 성공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회사도 있어 가스업계의 생태계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탄산수의 이미용분야 적용, 액체질소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제조, 산소를 투입한 구강청결제가 등장하는 등 각종 산업용가스 응용제품이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가스신문이 의욕적으로 마련한 ‘새로운 가스수요처를 찾아서’라는 기획연재 네 번째 순서는 산업용가스분야로 그동안의 신규수요창출 성공사례, 앞으로 예상되는 신규수요처 등을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전망해본다.

초저온·압력 응용, 신개념 제품 인기

액체질소 아이스크림, 구강청결제 등 출시
열처리 시 산화방지 위한 수소 이용 관심

▲ 스테인리스제품의 열처리작업 시 산화방지를 위해 열처리용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가스분야에서 신규수요처의 발굴이 가장 절실한 곳은 바로 탄산업계다.

그동안의 탄산 수요는 선박용접용이 주를 이뤘고 그 다음이 식음료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조선경기의 심각한 위기로 탄산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탄산업체들이 신규수요 발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업용 탄산수요를 확대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 탄산농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탄산조합은 지난달 30일 여의도에서 탄산농업(CO₂ Farming)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까지 열고 탄산을 농기자재에 포함시켜 정부로부터 탄산 및 공급장비에 대해 세제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컨설팅업체와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조합은 탄산농업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정책건의 추진에 따른 막대한 비용 등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산농업이 활성화될 경우 탄산의 대규모 수요창출은 물론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소득증대가 예상되며 탄소배출억제 등의 효과도 크다”면서 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당위성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탄산의 신규수요창출 효과는 다소 미미하지만 탄산수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미 10여개  탄산수공급업체가 저마다 다른 브랜드의 탄산수제조기를 내놓으며 탄산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0.6ℓ규모의 초소형용기를 사용함에 따라 탄산의 사용량이 적어 가스공급업체보다는 고압용기 제조 및 유통업체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고압가스충전업체 가운데 탄산수 용기 전용 충전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몇몇 고압용기 제조 및 유통업체들도 용기 수급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산수의 응용분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탄산수의 경우 세정효과가 크다는 점을 활용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나 가정에서의 사워를 할 때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10.2ℓ 규모의 용기를 장착한 뷰티용 탄산수제조기를 이용하고 있는데 설치비까지 200만원을 호가한다. 뿐만 아니라 뷰티용 탄산수제조기는 애견카페에서 강아지의 목욕 등에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수소업계의 최대 관심사도 신규수요창출이다. 태양광산업이 활발한 5년 전까지만 해도 폴리실리콘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공정에 사용되는 수소의 판매량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산업의 붕괴로 수소업계도 판매량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스테인리스제품의 열처리용 연료로 수소를 많이 사용해 틈새시장에서의 사용이 늘고 있다. 스테인리스제품의 열처리 시 LPG나 LNG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열처리 과정에서 산화될 수 있으나 수소를 사용하면 산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인천의 한 스테인리스제품 열처리업체는 지난해 말 아예 수소저장용 압력용기를 설치하고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기를 포집해 심랭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얻어지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의 에어가스분야도 최근 판매량이 크게 떨어져 신규수요처 발굴에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산업용가스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파이프라인 및 온사이트 플랜트를 통해 대량의 에어가스를 사용하던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의 중화학산업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함에 따라 산업용가스공급업체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은 액체질소 및 탄산을 이용한 식품의 급속냉동기시장과 의료용가스와 공급장비를 이용한 헬스케어시장 등에 진출해 있으나 아직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어가스분야는 신규수요창출의 여지가 적어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스의 사용량은 매우 미미하나 신규수요와 관련해 눈에 띄는 분야도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소를 이용해 산소수를 제조해 마시기도 하고, 구강청결제에 알코올성분이 아닌 산소를 투입해 구강환경을 개선시키기는 제품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또 그동안 에어졸제품의 추진제로 LPG, DME 등의 가연성가스를 사용해 왔는데 산소 및 탄산을 투입한 제품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영하 196℃의 액체질소를 이용해 만드는 신개념 아이스크림도 대학가 및 도심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또한 액체질소 소요량은 미미한 수준이나 몇몇 가스공급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공급하고 있다.

신선한 아이스크림 재료를 액체질소로 급속 냉각시키면서 반죽해 만드는 이 아이스크림의 전문점들은 부산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대구, 광주 등을 거쳐 서울로 북상해 성업 중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은 보존제와 유화제가 들어가 유해성 논란이 있지만 액체질소 아이스크림은 즉석에서 천연재료를 급속 냉각시켜 액체입자가 매우 작게 얼어붙기 때문에 유화제를 넣지 않아도 부드러운 식감을 나타낸다.

신규수요창출 노력의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곳은 역시 특수가스분야다. 특수가스는 한마디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방산업에서 나오는 제품의 빠른 변화에 따라 특수가스의 사용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의 대표적인 품목인 삼불화질소(NF₃)와 모노실란(SiH₄) 등을 제조하는 OCI머티리얼즈가 바로 수요창출의 대박을 터트린 업체로 꼽히고 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고순도가스로 승부했다. 고순도 암모니아 및 아산화질소로 특수가스업계에서 또 다른 신화를 썼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는 사수소화게르마늄(GeH₄ 저메인)을 취급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켐가스코리아가 반도체용 특수가스 및 LED 원료물질 제조에 필요한 삼염화갈륨(GaCl₃) 제조설비를 갖춰 공급하는 등 한 발 앞서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산업용가스 및 특수가스공급업체들은 앞으로도 신규수요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매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분야의 경우 새로운 개념의 전자제품이 개발될 때마다 전혀 다른 특수가스를 사용하는데 산업용가스 및 특수가스공급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아이템 선정을 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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